“여성의 사회 참여가 GDP(국내총생산) 끌어올린다”

“노르웨이의 번영 뒤에는 여성이 있다.”

성평등 내각의 기반을 닦은 노르웨이의 ‘어머니’ 그로 할렘 브룬들란(74) 전 노르웨이 총리는 여성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 가치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11월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세계여성경제포럼 2013’ 기조연사로 나선 브룬들란 전 총리는 “여성 노동자가 남성보다 늘어나면 일본은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9%, 미국은 5%가 증가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 보고가 있다”며 “산유국인 노르웨이도 여성의 경제참여가 석유보다 더 많은 GDP를 창출했다”고 확신했다. ‘여성이 가진 잠재력이야말로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이 외침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30년간 지도자로서 쌓은 경험이 축적된 분석이기 때문이다.

브룬들란 전 총리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함께 1980년대 유럽 여성 리더의 1세대로 꼽힌다. 의사인 그는 1974년 환경부 장관 자리를 제의받고 정계에 진출했다. 그리고 7년 뒤인 1981년 41세의 나이에 노르웨이 최초의 여성이자 최연소 총리로 취임했다. 당시 첫 내각을 여성 8명, 남성 9명을 기용해 노르웨이 역사상 처음으로 ‘성평등 내각’을 출범시켰다. 남녀 동수 내각 구성은 재임 기간에도 이어졌고, 여성 비율 40% 할당제 등 혁명에 가까운 성과도 이끌어냈다.

현재 노르웨이의 성평등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79%)과 출산율(1.95명) 최상위권이다. 이러한 변화 뒤에는 적극적인 성평등 정책이 있었다는 것이 브룬들란 전 총리의 설명이다.

“60년 전 노르웨이 소녀들은 적당히 배우고 가정주부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하는 것은 이들의 삶 속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사회발전을 위한 해결책으로 여성의 사회참여가 대두됐다. 이를 위해 노르웨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부모휴가제, 보육 인프라 구축 등 일·가정 양립에 기반한 성평등 정책이었다.”

브룬들란 전 총리는 노르웨이가 ‘성평등 국가’로 불리고, 한국도 여성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모두 현재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1913년 여성들이 선거권을 쟁취한 이후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얻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했지만 지금의 젊은 사람들은 주어진 것을 쉽게 간과하며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강력한 법 규정으로 민간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은 40%를 달성했지만, 여전히 기업의 경영자는 남성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러한 ‘유리천장’을 인식하고 여성 스스로 깨뜨려야 한다는 것. 그는 “발전하지 않으면 퇴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룬들란 전 총리는 마지막으로 한국 남성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지 않는 것은 사회에 많은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고, 사회가 발전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기에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좋지 않다. 여성이 사회에 많이 진출하도록 돕는다면 사회 전체가 큰 혜택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