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사랑하는 40가지 방법’ 발표
‘뚱뚱해서 죄송합니까?’ 책도 발간

“베스트 슬리머상이라고, 지금 몇 킬로그램인데 앞으로 몇 킬로그램을 더 빼면 상을 주는 제도가 공식적으로 시행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승무원 다섯 명 정도에게 살이 많이 쪘다고 휴직해서 살 빼고 나오라고도 했어요.”(미니멜·가명·39·항공승무원)

“88, 99 사이즈는 없는 거죠. 한 시간을 돌고 나면 결국 옷을 고를 수 있는 데는 한 군데밖에 없어요. 남성복 코너. 그때 갑자기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그렇게 돌아다니다 결국 벤치에 앉아서 울었어요.”(선화·38·바리스타)

“신생아밖에 없는데도 외모에 신경써야 해요. 살이 찐 사람이 의료적인 조언을 하면 환자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어서 병원에서는 마른 체형을 원해요. 일부 병원들은 승무원 면접처럼 병원이 원하는 외모와 취향대로 간호사를 뽑아요.”(막심·가명·23·간호사)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은 표면적으로는 당연한 말이지만 언제부턴가 ‘자기 관리’라는 이름에 밀려 진부한 이야기가 돼버렸다. 오히려 갈수록 심각해지는 무한경쟁 사회에서 ‘외모’는 ‘권력’으로 등극했고, 그 속에서 여성들은 ‘예뻐지느라 너무 아프다’. 집과 일터, 심지어 지하철과 길거리에서, 가족과 동료, 친구 등 일상을 영위하는 대부분의 관계와 공간에서 ‘예뻐져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예뻐지느라 아픈’ 여성들이 눌러놨던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자신을 아프게 한 세상의 잣대를 향해 “다르니까 아름답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올 한 해 ‘왜곡된 몸’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다르니까 아름답다’ 캠페인을 펼치면서 10대부터 50대까지 성형과 다이어트 경험이 있는 여성들 24명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등학생, 주부, 대학생, 항공승무원, 간호사 등 다양한 위치의 여성들이 각기 자신의 일상에서 겪은 ‘몸’에 대한 ‘전쟁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여전히 여성들은 취업 과정과 취업 후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외모 관리에 애를 쓰고 있었다. 항공승무원인 미니멜씨나 간호사인 막심씨는 마른 체형을 원하는 회사의 요구에 분노했다. 화장품 판매원인 이덕주(37)씨는 “우리 회사 브랜드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만 봐도 400명 중 성형을 한 사람이 20%도 넘고 쌍꺼풀도 성형으로 본다면 30%가 넘을 것”이라며 “자기 만족도 있겠지만 이렇게 하고 왔을 때 회사에서 대우가 달라진다”고 했다.

일터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 외모에 대한 압박은 가족 안에서도 이뤄지고 있었다. 바리스타인 선화(38)씨는 “‘살은 언제 뺄거니? 살을 빼야 남자를 만나고, 남자를 만나야 결혼을 하지’ 엄마는 늘 그러세요. 그게 ‘여자의 일생’이라는 거죠.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일을 하고, 요즘에 어떤 기분으로 살아가는지, 어떤 데 관심이 있는지, 엄마한테 이런 건 전혀 중요한 게 아니에요”라고 토로했다. 연애와 결혼에 여성의 외모가 필수 조건이 되고 있는 이 사회에서 어머니의 딸 외모에 대한 관리는 딸의 ‘행복한 인생’을 원하는 모성과 더불어 양육자로서 사회가 요구하는 잘못된 ‘책임’에 대한 반응일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참여한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정슬아 활동가는 “여성들의 경험을 듣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르니까 아름답다’는 중요한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프로젝트팀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내 몸을 사랑하는 40가지 방법’을 모아 제안했다. 노새씨는 “내 몸을 사랑해주기 위해 샤워할 때 샤워볼 없이 맨손으로 비누칠을 해요. 하루에 한 번씩,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가 내 손으로 내 몸 전체를 토닥토닥 다독여주며,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해요”라고 했고, 나래씨는 “가끔씩은 내 몸에서 예쁜 점을 부각해 봐요. 그리고 자주 조물조물 만져줘요”라고 방법을 제시했다. 프로젝트팀은 이 방법들이 “일상에서 외모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한 주문”이라고 말했다.

여성민우회는 11월 25일 이들 인터뷰를 포함한 ‘다르니까 아름답다’ 캠페인 결산으로 ‘뚱뚱해서 죄송합니까?’(후마니타스)라는 제목으로 단행본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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