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위키드', 파란 '맘마미아', 빨간 '카르멘'

 

왼쪽부터 뮤지컬 위키드의 옥주현, 맘마미아의 빅토리아, 카르멘의 바다.
왼쪽부터 뮤지컬 '위키드'의 옥주현, '맘마미아'의 빅토리아, '카르멘'의 바다. ⓒ여성신문

이번 겨울, 추위도 녹일 만한 강한 매력을 가진 여성들이 등장하는 뮤지컬 대작들이 나왔다. 아웃사이더 초록 마녀 ‘위키드’, 주체로서의 행복을 찾는 ‘맘마미아’의 소피, 정열의 여인 ‘카르멘’이 그 주인공이다. 고전에서 출발해 흥행 대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작품들에선 원작과 달리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당당한 여성으로 변모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매력을 발산한다.

가수와 뮤지컬계 스타, 그리고 오리지널 공연 배우의 대결이 기대되는 캐스팅도 볼거리다. 초록마녀는 옥주현과 박혜나, 카르멘은 바다와 차지연이, 맘마미아의 소피는 영국의 빅토리아 세라가 맡았다.

 

‘위키드’ 초록마녀: 차별과 편견에 맞서는 아웃사이더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다른 시선에서 바라본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베스트셀러 ‘위키드’(1995)를 뮤지컬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하지만 ‘위키드’의 주인공은 도로시가 아니라 초록마녀 ‘엘파바’다. 남다른 초록색 피부와 날카로운 유치를 갖고 태어난 엘파바는 차별과 마녀사냥, 편견과 맞서며 성장해가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위키드’의 백미는 유쾌한 반전에 있다. ‘오즈의 마법사’는 알고보니 잔혹한 독재자였고, 도로시의 물벼락을 맞고 녹아버린 초록 마녀 엘파바는 약자의 편에 서서 마법사의 독재에 대항하는 의협심 강한 아웃사이더이며, 착한 마녀 글린다는 꾸미고 주목받기를 좋아하는 공주병 환자로 등장해 즐거움을 선사한다.

‘위키드’는 브로드웨이에서 10년째 박스오피스 1위를 고수하는 대작으로 내년에 스티븐 달드리에 감독이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지난해 현지팀이 한국에서 공연해 뮤지컬 흥행의 신기록을 세웠다. 이번 작품이 한국어로 하는 초연으로 22일 개막부터 전석 매진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22일~12월 22일, 서울 잠실 롯데씨어터, 문의 1577-3363.

 

‘맘마미아’ 소피: 행복을 스스로 택하는 주체적 여성

바다의 외딴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맘마미아’의 주인공 소피는 엄마의 사랑을 찾아주다가 자신이 행복한 삶의 중요성을 깨닫는 독립적 여성이 돼간다. 결혼식을 앞둔 소피는 엄마 도나의 사랑을 찾아주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세 명의 후보를 결혼식에 초대한다. 세 사람과 엄마가 다시 만나고 사랑을 찾는 과정을 보며 소피는 삶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자기 자신의 행복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임을 깨닫는다. 결국 소피는 결혼보다 자유를 택하고, 소피의 결혼식날, 혼인의 주인은 소피가 아닌 엄마가 된다.

‘맘마미아’는 노래가 먼저 정해지고 스토리를 구상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1970년대에 세계적 팝스타 그룹 아바(ABBA)의 팬이던 프로듀서와 작가가 아바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해 만들어졌다. 영국의 캐서린 존슨이 영화 ‘애인관계’(원제 buona sera, mrs. campbell·1968) 각색해 1999년 초연했다. ‘댄신퀸’(Dancing Queen)을 비롯해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 ‘허니허니’(Honey Honey) 등 추억의 명곡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46개 나라에서 5400만 명 이상이 찾은 ‘맘마미아’는 역사상 전 세계에 가장 빠르게 퍼진 뮤지컬로 기억된다. 2008년 개봉한 영화 ‘맘마미아’가 역대 세계 뮤지컬 영화 흥행 1위를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2004년 초연 후 한국어로 세 차례 공연됐지만 영국 오리지널 공연팀은 이번에 처음 내한한다. 26일~2014년 3월 23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문의 1544-1591.

 

‘카르멘’의 카르멘: 구속되지 않는 열정적 영혼

‘카르멘’의 여주인공은 모든 남자들이 원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도도하고 고혹적 관능미를 가진 여성이다. 자유분방한 서커스 단원 카르멘은 보수적 여성관이 지배하던 시대에 파격적 행동으로 오해와 비난을 사지만 실상 남녀노소 모두 그녀의 매력과 당당함에 취한다. 하지만 그녀도 호세와 한눈에 사랑에 빠져 자신도 알지 못했던 열정적인 모습으로 변해간다. 이번 공연에서는 원작에서 볼 수 없는 극적인 결말이 숨어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마술사 이은결이 매직 디랙터로 참여해 마술, 플라멩코, 서커스, 아크로바틱, 공중 실크액트 등 화려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작사가 잭 머피, 작가 노먼 알렌 등으로 이루어진 브로드웨이팀이 2008년 체코에서 뮤지컬 ‘카르멘’을 초연했다. 공연 당시 연일 매진이라는 흥행 기록을 남겼다. 12월 6일~2014년 2월 23일, 서울 역삼 LG아트센터, 문의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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