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선으로, 나만의 스타일로 승부”
대중의 코드를 정확히 읽는 여성 창작자들의 작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문화를 통한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여성 창작자들은 단순한 창작자를 넘어 같은 시대 문화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여성신문 창간 25주년을 맞아 흥행 파워를 이끄는 여성들을 인터뷰했다.
안수현 영화제작자
“작품도 인간처럼 매력적으로 느껴져야죠”
관객 1300만 명 동원 ‘도둑들’
“흥행 비결…. 저도 궁금합니다. 아마도 전 연령대의 관객들이 좋아할 수 있는 스토리와 다양한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연기해준 배우들에 대한 호감,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를 만든 최동훈 감독의 연출에 대한 기대감 등이 ‘도둑들’의 흥행을 이끌어준 것 같습니다. 제가 만든 영화 중 처음으로 부모님이 세 번을 보셨다고 하더군요.”
프로듀서이자 제작자인 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가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는 것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정체다. 취향이 다양한 관객들의 반응을 예측하며 작품을 만드는 것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수년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만큼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찾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예측 불가능한 엔딩을 향해 갈 수 있는 동력을 가지고 있는지, 새롭게 느껴지는지를 고민한다. 작품도 한 인간처럼 궁금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져야 만나보고 싶고, 알고 싶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작품만의 특별한 개성을 가지도록 만드는 것이 그녀가 작품을 성공시키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을 위해 그녀는 고전영화나 고전소설을 많이 본다. “트렌드를 읽거나 앞서가기에는 저도 자기 취향에 사로잡힌 한 명의 개인이니까요. 세월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고전작품 안에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원형이 있습니다.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표현, 새로운 형식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는 여성들의 영화 제작 전망이 매우 밝다고 이야기한다. 이유는 새로운 도전에 유연한 환경적 특성 때문이다. 영화계에는 많은 여성 작가와 감독, 제작자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주된 소통 방식이 여성들이 가장 사랑하는 삶의 행위인 수다를 통해 이뤄진다. 권위적이지 않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또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눈이 높아야 합니다. 자기의 취향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영화 제작자는 직접 창작을 담당하는 작가, 감독과 끊임없이 소통하기 때문에 창작자가 만나게 되는 최초의 관객입니다. 우리의 반응이 작품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주요 작품
‘도둑들’(2012)/ ‘푸른 소금’(2011)/ ‘박쥐’(2009)/ ‘그놈 목소리’(2007)/ ‘너는 내 운명’(2005)/ ‘쓰리 몬스터’(2004)/ ‘4인용 식탁’(2003)/ ‘봄날은 간다’(2001)
정유정 소설가
“독자의 심장에 불을 지르고 싶다”
‘7년의 밤’ 이어
‘28’ 연속 베스트셀러
“중요한 건 창작의 지향점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독자가 좋아할 이야기를 찾지 않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씁니다. 장편은 적어도 1년에서 2년이 걸리는 지난한 작업입니다. 적어도 제겐 그렇습니다.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저를 독려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은 ‘작가적 욕망’뿐이에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겠다는 욕망. 그 이야기를 독자가 사랑해주길 바라고 그 세계에 몰입해주기를 원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별짓’을 다합니다. 밀고, 당기고, 춤추고, 노래하고, 웃기고, 울리고, 필요하면 스트립쇼도 합니다. 그걸 부끄럽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작가 정유정에게 중요한 건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이다. 이는 소설을 주도하는 ‘무엇’이자 ‘이야기의 영혼’이며 예술적 측면이다. 그러나 ‘무엇’만 가지고는 소설을 끌어갈 수 없다. 포착한 ‘무엇’을 증명해내는 ‘어떻게’가 필요하다. 기술에 해당되는 부분이고 훈련으로 완성되는 분야이고 이 둘의 조화가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기술이 없는 예술은 조잡하고, 예술이 없는 기술은 허망해요.”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그의 문장에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 나온다. 또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이야기,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세계, 자신의 유전자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고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힘 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누구나 좋아합니다. 시대와 취향을 초월하죠. 우리는 그것을 ‘클래식’이라고 불러요. 로버트 맥키의 말을 인용하면, 우리가 대가를 존경하는 것은 그들의 세계가 유일무이하기 때문입니다.”
레이브래드 배리의 ‘나를 통해 세상을 타오르게 하라’는 늘 책상에 써 붙여두고 원고를 쓸 때마다 보는 글이다. 독자를 그녀가 만든 세상에 가두고, 그들의 심장에 불을 지르고 싶다는 욕망이 작가 정유정을 움직이는 힘이기도 하다.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작가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은가, 글을 쓰고 싶은가. 작가는 직업에 관한 질문이고, 글쓰기는 욕망에 관한 것입니다. 즉, ‘나는 무엇을 원하나’를 묻는 질문인 거죠. 내 선택에 책임을 지겠다는 자기 확인이며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고요. 이 답이 마련된다면, 자신을 벼랑 끝에 세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돌아갈 길이 없어야만 그 자리에서 승부를 볼 수 있습니다.”
주요 작품
예스24 선정 ‘네티즌이 뽑은 한국의 젊은 작가’(2013)/ 장편소설 ‘28’ 발표(2013)/ ‘7년의 밤’ 발표(2011) / 제5회 세계문학상 ‘내 심장을 쏴라’ 당선(2009)/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당선(2007)
홍정은·홍미란 자매 방송작가
“‘홍자매 스타일’로 시청자 눈길 잡았죠”
최근 ‘주군의 태양’까지 연이어 대박 행진
홍정은·홍미란 작가(이하 홍자매)는 판타지적 요소와 감수성이 결합된 신 멜로드라마 작품으로 인기 높은 자매 작가다. 고전소설의 인물이나 연애소설에서 있을 법한 캐릭터들을 현실 세계로 끄집어내 새롭게 재창조해냈다는 평을 받으며 ‘홍자매 스타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쾌걸 춘향’ ‘쾌도 홍길동’은 고전 ‘춘향전’과 ‘홍길동전’을 현대식 트렌디 사극으로 재탄생시킨 것이고,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는 구미호 전설을 홍자매식으로 바꾼 것이다. 언니 홍정은 작가에게 드라마 인기 비결을 물었다. “만화적 감수성을 익숙한 고전에 녹여 젊은 층에게는 신선함을, 나이 드신 분들께는 비틀어 보여주는 재미를 드린 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드릴 수 있는 이야기이면서, 불편하거나 불쾌하게 만들지 말아야죠.”
홍자매의 드라마는 모든 배역들을 사랑받게 만들어 주는 게 특징이다. 대다수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만이 눈에 띄거나 멋진 캐릭터로 나오지만 홍자매 드라마에서는 예외다. 모든 배역이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전작 KBS ‘쾌걸 춘향’에서 주인공 한채영을 바라보며 짝사랑했던 엄태웅, SBS ‘마이걸’ 이준기, ‘미남이시네요’ 정용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노민우, KBS ‘쾌도 홍길동’ 장근석, MBC ‘최고의 사랑’ 윤계상·유인나 등이 주인공 못잖은 사랑을 받았다. 몇몇 배역이 주인공의 사랑에 훼방을 놓기도 하고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발랄하고 악행을 저질러도 나쁘지 않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며 생긴 맛깔 나는 유행어도 많다. ‘쾌걸 춘향’의 “‘웃기시네” “다 죽었어” “신경 끄셔” “뻥치시네”를 비롯해 ‘마이걸’의 “복 받으실 거예요”, ‘환상의 커플’의 “꼬라지하고는”, ‘최고의 사랑’의 “띵똥” 등.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특별한 노하우에 대해 홍정은 작가는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