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모든 시계바늘은 오직 아들에게만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 데려다 주고 또 데려오고 아들의 손발이 되어준 그런 생활을 꼬박 20년을 해 온 터였다. 그러다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시간적으로 조금 여유가 생겼고 우연히 성남소비자모임 활동가 모집공고를 보게 된 것이다.
그동안 한 번도 자신의 취미생활이나 여가활동이 없었기에 다른 영역에 눈길을 준다는 것은 그녀에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이런 가운데 시작된 그녀의 소비자운동, 단 하루도 가족을 떠나본 적 없던 그녀가 교육이나 워크숍을 위해 하루 이틀 집을 비울만큼 생활의 변화가 생겼다. 그러면서 비록 장애가 있는 아들이지만, 그녀가 모든 것을 해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벌써 그녀의 활동경력은 10년을 훌쩍 넘겼고, 이제는 활동가들을 대표하는 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다른 활동가. 그녀는 모범시민상도 받고 한 시민단체의 단체장도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주민자치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런 그녀가 성남소비자모임 자원 활동가를 자청했다. 이유가 뭘까. 소시모 활동은 하면 할수록 빠져든단다. 그녀는 공동주택이 대부분인 성남 분당에서 소비자운동을 아파트단지 안으로 끌어들여 주민 밀착형 실천운동을 이끌어 내고 있다. 아파트 부녀회원들과 함께 성남소비자모임 사업 중 대표 브랜드로 알려진 공동주택 에너지 줄이기 운동을 전개했고, 폐의약품 분리수거운동, 우리 쌀 소비 활성화 운동, 소비자교육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유치해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운동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앞에 두 명의 그녀들을 소개한 것은 소비자운동이 일부 특정된 사람만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관심 갖고 참여해야 하는 일 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성남소비자모임은 시민이 시민에게 공익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원 활동 구조를 추구한다. 서비스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똑같은 시민들이다. 이는 시민의 참여가 전제되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다. 그래서 성남소비자모임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성남소비자모임에는 60여명의 그녀들이 있다. 그녀들은 성남지역의 소비자운동을 쥐락펴락 한다. 우리 생활에 필요한 장바구니 물가정보를 수집 하는 일부터 소비자들의 어려움과 불만을 귀담아 듣고 해결해주는 소비자피해구제활동에도 참여한다. 그 뿐이랴. 어린이부터 중고생 및 대학생, 어르신, 다문화여성에 이르도록 소비자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도 척척 해낸다. 교육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고, 소비자눈높이를 고려하면서 교재와 교구도 직접 만든다. 좀 더 높은 교육 효과를 얻기 위해 최선의 교육방법도 고민한다. 때로는 인형을 직접 깎아 인형극으로, 때로는 연극대본을 써서 역할극을 만들어 낸다. 지루하고 딱딱하기 쉬운 소비자교육을 재미있고 흥미롭게 진행하기 위해서이다. 그녀들에겐 이미 불가능이란 없다.
소비자운동은 소비자들이 모여 자신의 권리를 찾는 운동이다. 소비자에게는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한 8대 권리가 있다. 안전할 권리, 정보를 받을 권리, 선택할 권리, 의견을 반영 시킬 권리, 보상을 받을 권리, 소비자교육을 받을 권리, 단체조직 및 활동할 권리,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소비할 권리가 그것이다. 소비자운동에서 다뤄지는 쟁점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들과 관련되어 있다. 더불어 소비자운동을 통해서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시대에 누가 감히 소비자운동을 ‘불량상품을 바꿔주는 일’이라고만 이해할 것인가. 그건 소비자운동을 몰라도 한 참 모르고 하는 얘기다. 요즘 소비자운동은 그 쟁점과 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폭 넓다. 불량상품을 바꿔주는 일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단순 상품보다는 상품 판매와 연계된 서비스 영역의 소비자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 상품 자체의 불량보다는 거래 계약이나 유통, 상품의 안전성 문제 등 눈으로 직접 확인이 불가능한 부분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따라서 단순히 사후 구제책인 소비자피해구제보다는 사전 예방을 강화하는 것이 더 필요하게 됐다. 이런 차원에서 성남소비자모임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소비자정보를 생산해 내고, 그것을 소비자에게 신속히 제공하기위해 늘 고민한다. 시장에서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소비자의 선택이 시장(市場)을 바꾼다’라는 슬로건처럼 모든 소비자가 시장에서 능동적인 주체가 되길 희망하면서 활동한다. 이러한 활동을 왕성하게 하려면 유능한 활동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성남소비자모임은 끊임없이 지역소비자활동가를 양성한다. 성남소비자모임은 활동가에게 하나 이상의 동아리 활동을 권장한다. 소비자피해구제, 먹을거리 안전성 확보, 에너지절약, 환경보호, 취약계층 소비자교육 등 여러 가지 소비자활동을 통해서 자기 발전은 물론 지역 주민에게 공익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를 더욱 안정적이고 풍요롭게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성남소비자모임은 오늘도 소비자운동에 관심을 둔 의식 있는 더 많은 그녀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