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초 실종’ 정국의 해법
‘사초 실종’ 정국의 해법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3.10.03 17:03
  • 수정 2015-06-28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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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사초 실종 정략적으로 이용 말아야
민주당, 음모론 주장 앞서 진상조사 실시해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참여정부에서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대통령 기록물 전체에 대해 확인한 결과 정식 이관된 기록물 중에는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았다. 대화록이 아예 이관 대상 기록물로 분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이후 대화록이 청와대 전자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 등록됐다가 삭제된 흔적이 확인됐다. 셋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운영했던 ‘봉하 이지원’에는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지 않은 별도의 대화록이 저장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 대화록은 삭제된 원본과 다른 내용이지만 국가정보원 보관본과는 내용이 같다.

검찰이 발표한 이런 사실은 참여정부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작성한 뒤 노 전 대통령 발언 가운데 부적절하거나 논란이 될 만한 표현을 고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참여정부에서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통째로 넘겼으나 이명박정부에서 삭제한 의혹이 있다는 민주당과 노무현재단 측 주장과는 정면 배치된다.

당장 청와대는 “사초(史草) 폐기는 국기 문란”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논평을 냈다.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 측에서 이른바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은폐하고자 원본 대화록을 고의로 폐기한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앞에서 굴욕적 정상회담을 한 것이 역사에 남는 게 두려워 대화록을 삭제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검찰 발표로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의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제안한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친노 진영은 사초 삭제의 ‘주체’로 의심받으면서 위기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그러자 친노 진영은 긴급 대책회의를 거쳐 노무현재단 명의의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검찰 발표를 요약하면 정상회담 대화록을 발견했다는 것으로, 정상회담 대화록이 당시 청와대 이지원과 국정원에 모두 남겨졌음이 확인됐다”며 “더이상 은폐니, 사초 실종이니 하는 주장의 근거는 없어졌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검찰이 여권의 국면 전환을 돕기 위해 수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하튼 한동안 잠잠했던 ‘사초 실종’ 문제가 또 다른 진실 공방을 촉발하면서 하반기 정국 뇌관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그런데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사초 논란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용기 있게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근거로 대화록이 언제, 누구에 의해, 무슨 이유로, 어떻게 실종됐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 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새누리당은 사초 실종 사태를 기초연금 후퇴 논란과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항명 파동’ 등으로 수세에 몰린 것을 반격하기 위한 정략적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기초연금 파동과 사초 실종은 분명히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사초 실종 문제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면 북방한계선 대화록이 지난 대선 때 여권 후보에게 활용됐는지 여부도 함께 밝혀야 한다.

민주당은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일단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검찰의 음모론을 주장하기 전에 참여정부 말기 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았는지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특히 문재인 의원과 친노 진영은 정확한 진상을 밝혀 상황을 정리해줘야 한다. 대화록은 반드시 국가기록원에 이관돼야 할 자료인데 이관이 안 됐으니 문제이고, 더욱이 삭제가 됐으니 더 큰 문제다. 현 시점에서 문 의원과 친노 진영에 진정 필요한 것은 “정직이 최상의 정책”이라는 것을 깊이 유념해 이를 묵묵히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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