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스포츠클라이밍 즐기는 송영아씨
현대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고 한다. 공부, 취업, 일, 육아... 쉼 없이 달려야 한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푸는 각자의 방법이 있다. 이 중 스포츠를 직접 즐기며 인생의 활력을 찾는 이들이 있다. 여성신문은 '스포츠가 좋아요' 연재를 통해 여성 스포츠 마니아들이 말하는 스포츠의 매력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주-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실내 클라이밍 센터. 저녁 7시가 넘자 ‘벽 좀 탄다’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습기를 없애고 마찰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얀 초크 가루를 묻힌 이들은 사방을 둘러싼 벽면에 달려들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홀드(암벽을 잡는 부분)를 잡고 벽을 타는 모습은 영화 ‘스파이더맨’을 연상케 했다. 한 손으로 홀드를 잡고 천장에 매달려 있는 한 여성이 눈에 띄었다. 5년 넘게 스포츠클라이밍을 즐기고 있는 송영아(39‧사진)씨다.
송씨는 2009년 네파컵 서울 익스트림 혼성 대회 1위 수상을 비롯해 다수의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알아주는 마니아다.
“1년 먼저 시작한 남편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 한 달도 못할 줄 알았는데 벌써 5년이 넘었네요.”
운동신경이 제법 있다고 자부했던 송씨도 처음에는 힘이 달려 버티기가 힘들었다.
“홀드를 잡고 스탠스에 발을 딛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어요. 근력이 없다보니 작은 홀드에 몸을 맡기는 게 쉽지 않았죠. 근육통도 오고 엘보도 만만치 않았죠.”
하지만 송씨는 다른 운동보다 클라이밍에 재미를 느꼈다. 게다가 홀드에 1분간 매달려 있을 때 칼로리 소모량이 분당 10㎉에 달하다 보니 몸무게도 5㎏이 빠졌다.
“집중력은 물론 지구력도 좋아지고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어려운 코스를 하나하나 정복해 가는 재미도 있죠. 거대한 자연경관 앞에서는 거만해지는 마음을 경계하고 겸손해지고요.”
클라이밍을 하다보면 손바닥에 굳은살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 송씨 역시 손바닥에 굳은살이 가득하다.
“지인들이 어쩌다 제 손을 보면 깜짝 놀라곤 해요. 일을 많이 해서 그렇다고 웃어 넘기죠. 친정어머니는 분명 말릴 테니까 보여주지 않죠.(웃음) 저는 제 손을 볼 때면 뿌듯해요.”
송씨는 주말이면 실내 센터가 아닌 고창 선운산, 남한산성 범굴암, 북한산 등 자연암벽을 탄다. 2011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요세미티까지 부부동반 클라이밍을 했다. 남편은 그에게 있어 최고의 파트너다. 암벽 등반은 한 사람이 암벽을 오르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이 밑에서 안전장치를 유지해줘야 하기 때문에 파트너가 중요하다.
송씨는 현재 뉴질랜드와 스페인에 가서 클라이밍을 하기 위해 적금을 붓고 있다. 대부분 직장인들이 목돈 마련, 내 집 마련을 위해 적금을 드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임신을 하면 당분간은 할 수 없겠지만 아이를 낳고 계속 하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아요. 그만큼 중독성이 강한 운동이거든요. 신발이나 벨트, 자일 등은 한번사면 몇 년은 쓸 수 있으니 다른 스포츠에 비해 부담 없는 스포츠입니다. 많은 여성들이 두려움 없이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