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보다 수사하는 사람들이 더 미웠어요”
피해자의 알 권리 위한 법제정·제도개선 운동에 앞장

 

정현조씨가 15년 전인 1998년 대구 달서구 구마고속도로에서 죽음을 당한 딸 정은희양의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prescription drug discount cards cialis prescription coupon cialis trial coup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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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교통사고로 은폐된 딸의 죽음 의혹을 15년간 철저히 추적해 결국 진실을 밝혀낸 한 아버지의 이야기는 그 어떤 영화보다 치열하고 감동스러웠다. 온 국민이 주목한 구마고속도로 여대생 사망 사건의 이면을 파헤친 정현조(65)씨를 여성신문이 직접 만나 그간 쌓인 한 맺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근무지에서 만난 정씨는 여느 아버지처럼 온화한 인상이었지만 이마에 굵게 잡힌 주름이 15년 동안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고단했는가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는 딸의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자신과 같은 피해자의 알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법제정과 제도 개선 운동을 벌이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재수 없는 XX” 검사 막말에도 소신 굽히지 않아

“경찰·검찰·법무부·언론·청와대까지 진정·탄원·고소·고발 등 안 해본 곳이 없었습니다. 법은 신성한 것으로 알았고 법이 다 밝혀주리라 한 치 의심도 없이 믿었지만 제가 몰랐는지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습니다. 범인보다 수사하는 사람들이 더 미워졌고 그 미움은 더욱 증폭됐어요. 어떤 검사에게선 ‘재수 없는 XX, 박종철 사건에도 변호사가 다섯 명인데 혼자 왔냐’며 심한 욕을 먹기도 했고, (수사기관에서) 무시와 멸시를 수도 없이 받았죠. 내가 돈이 있고 좀 더 배웠다면… 과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요?”

정씨 딸의 사건이 재조명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일 오후 대구지검에서 1차장 검사의 기자회견이 열리면서부터였다. 발표 내용은 1998년 10월 17일 새벽 5시10분쯤 구마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정은희(사고 당시 18·계명대 간호학1)양이 교통사고 이전에 성폭행을 당했고,  DNA 수사로 성폭행범을 검거했다는 것. 검찰 측은 범인은 당시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체류 중이던 스리랑카인 3명이라며, 한국에 거주 중인 A(46)씨는 구속하고 현재 스리랑카에 체류 중인 공범 B(44)씨와 C(39)씨는 형사사법공조 등을 통해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발표에 대한 소회를 물어보았다. 정씨의 첫마디는 “많은 의문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딸아이도 ‘아빠 아직 멀었어. 이제 겨우 반쯤 왔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나는 은희가 범죄 없는 세상에서 편안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뿐이에요. 처음엔 딸의 사망 원인이 교통사고인 줄로만 알았지요. 경찰에서도 그렇다고 하고. 사고 현장 주위의 농로에서 아이들의 이모부가 은희의 속옷을 찾으면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은희의 쌍둥이 동생이 ‘언니 것이 맞다’고 확인해 경찰에게 속옷을 증거물로 주면서 성폭력에 대한 수사도 요구했지만 묵살당했어요. 우리는 단순 교통사고라면 속옷이 벗겨져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음부의 손상 정도, 부검 후 정액이 검출되어 국과수로 넘겨졌다는 말도 들었기에 성폭행 후 교통사고로 위장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경찰에서는 검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우리가 교통사고라면 교통사고’라고 윽박지르며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짓더군요.”

“부검 결과 듣지 못한 채 딸 장례 치른 것이 평생의 한”

그는 사고 이틀 후인 10월 19일 경북대에서 부검을 하고 그 다음 날인 20일에 바로 장례식을 치른 것이 지금까지 내내 후회된다.

“부검 결과를 듣지 못했어요. 그러나 교통사고 현장에서의 혈흔으로 봐서 교통사고가 직접적 사인이 아니라 교통사고 이전에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무엇보다도 교통사고로 처리하려는 경찰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어 그 뒤엔 어떤 큰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어요.”

딸의 사고 당시 30년 넘게 구두 디자이너로 일해오던 정씨는 건강 문제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음식 솜씨가 좋은 부인과 집 근처 시장에 반찬가게를 열었었다.

“은희가 죽은 날이 반찬가게를 연 지 딱 일주일 되는 날이었어요. 그날 이후 가족 전체가 받은 충격이란… 더구나 사건을 파헤칠수록 의혹만 더 커져가니 그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지요.”

이후 이 아버지는 슬픔도 분노도 돈벌이까지도 뒤로한 채 딸의 교통사고 목격자가 나타나기만 하면 서울로 대전으로, 부산으로 동분서주하는 한편, 재수사를 요구하는 소장 및 관련 수사관들의 책임을 묻는 고소·고발장을 쓰기 위해 독학으로 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온 마음으로 진심으로 소장을 썼지만 매번 기각 당했지요. 이번에도 ‘행복시대’ 공약을 기대하며 지난 4월 3일 청와대로 탄원서를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대검에서 대구지검으로 이첩했으니 조사하고 연락할 것이라는 답변을 주더군요. 그동안 매번 겪었던 일인지라 못 미더워서 세 번 더 연이어 탄원서를 보냈더니 대구지검에서 부릅디다. 그러나 ‘강간, 살인, 교사, 사체유기 등에 대한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이란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특수강도강간죄의 공소시효가 10월 16일로 다가왔기 때문에) 5월 31일 다시 대구지검에 재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그는 6월 5일 대검으로부터 청소년 성매수 권유로 처벌받는 과정에서 채취한 DNA가 딸에게서 검출된 남성의 DNA와 일치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범인을 검거하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즉시 “범인이 누구냐”고 물었지만 “지금은 말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때문에 대대적으로 기자회견을 한다는 사실조차 전혀 몰랐다는 것.

정씨는 이제부터 두 가지 일을 하려 한다. 하나는 경찰이 잘못한 행위에 대한 법적 공소시효를 없애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시신 부검에 대해 피해자의 충분한 알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부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15년 긴 세월을 벙어리 냉가슴 앓듯 고통스럽게 살아왔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또 있으리라 짐작되기 때문이다. 

“2년 전부터 아파트 경비를 하고 있는데 사건이 보도된 후 주민들이 많이 격려해줍니다. 지난 오랜 세월 대구여성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변호사, 작가 등 주위의 많은 분들이 도와주었습니다. 이렇게 여성신문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어 참 고맙습니다.”

이 용감하고 의로운 아버지의 15년 노력의 결실이 같은 처지의 피해 가족에게도 힘찬 희망의 싹을 틔우는 계기가 되길 염원한다.

사건 일지

-1998. 10. 17. 05시쯤 대구 달서구 소재 구마고속도로에서 정은희양이 23톤 트럭에 치여 사망

-1998. 12. 21. 교통사고 운전자에 대한 혐의없음 처분 후 사건 종결

-2000년 수사 경찰관들에 대한 직무유기 고소- 각하 처분

-2001년 위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기각 결정

-2007년 교통사고 운전자에 대한 강간살인 고소- 혐의없음 처분

-2012년 교통사고 운전자 등에 대한 강간살인 고소- 각하 처분 

-2013년 4월 3일 대통령비서실로 탄원서 제출

-2013년 5월 31일 대구검찰청에 고소장 제출

-2013년 6월 5일 국과수 보관 DNA 확인 과정에서 피고인의 DNA 일치 사실 확인

-2013. 7. 10. 피고인에 대한 계좌추적영장 및 통신영장 발부·집행

-2013. 7. 18. 경북대 법의학교실, 부검 재감정 결과 회신

-2013. 7. 19. 도로교통공단, 피해자 사망경위 분석 결과 회신

-2013. 7. 22. 대구시경, 참고인 법최면검사 결과 회신

-2013. 7. 23. 단국대 법의학교수, 부검 재감정 결과 회신

-2013. 8. 13. 피고인 체포(체포영장) 및 공범들의 해외 체류 사실 확인

-2013. 8. 14. 피고인으로부터 범행에 대해 들은 중요 참고인 진술 확보

-2013. 8. 16. 구속영장 발부

► 유족은 지난 15년 동안 수차례 교통사고 운전자, 수사 경찰관 등을 상대로 강간살인 등 혐의로 고소, 항고, 민원, 헌법소원 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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