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대책에 고심하는 어느 교사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적되는 학생들 대부분이 집에서 가정폭력, 특히 아버지들의 폭력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그 교사는 아침에 학교에 오는 학생의 얼굴을 보면 전날 집에서 아버지에게 매를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단박에 알아차린단다. 매 맞은 것이 역력한 날은 교문에 들어서는 아이를 가만히 안아주는 것으로 격려하는데 그런 날은 친구들을 때리거나 말썽을 피우는 일이 다행히 없다고 한다.
폭력을 휘두른 학생들은 부모님을 학교로 불러 상담을 하는데, 대개는 어머니가 학교에 온다. 그런데 어머니와의 상담은 학생의 폭력 성향을 줄이는 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한다. 어머니는 상담을 하고 설명을 듣지만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아니어서 아이와 남편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고, 그 자신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아버지와 상담을 하는 경우는 효과가 매우 커서 한번이라도 학교를 방문해 아이의 상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상담을 한 아버지의 가정폭력은 현저히 줄어든다. 더욱이 아버지와 아이가 함께 상담을 받고 함께 분노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되면 가장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문가의 상담을 받고 분노를 조절하는 교육을 받게 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고 그 비용을 감당할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아버지들은 왜 아이를 때리는 것일까. 대개는 실직 상태가 오래 됐거나 아니면 임시직 일자리를 들락거려서 경제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그런 불안정한 상황을 술에 의존해 버티는, 이른바 주폭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분노를 조절하는 법에 대해서는 그런 말 자체를 들어본 바가 없을 정도로 그 자신이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뒤에는 이런 가정폭력이, 가정폭력 뒤에는 우리 사회의 그늘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을 학교에만 책임을 물어 다그쳐봤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만난 교사는 그렇다고 해도 당장은 학교에서, 교사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교육 여건이나 사회안전망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의 형편은 그것대로 서둘러 보완해 나가되 우선은 급한 대로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폭력이 가정 안팎과 학교 안팎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음을 헤아려주는 것, 폭력으로 억눌린 그들의 감춰진 감성과 능력을 일깨워 격려해주는 노력으로 아이들을 지켜주는 것이 당장 할 수 있는 중요한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교사들이 모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나 성인이 아닐진대 언제까지 그런 기대에만 기댈 수 있으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서 교사들이 학생들 개개인의 사정에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전문 상담교사를 양성해 충분히 배치하는 것, 학교 밖 전문 시설과 연계해 문제가 된 가정의 분노조절 상담에 나서는 것, 이런 것들이 서둘러 병행돼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