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 광장서 주례 없이 하객과 동등한 축제
일부 보수 기독교단체 결혼식 방해… “신의 질서 거스르는 것”

 

결혼식 전 기자회견을 가진 후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는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 ⓒ이정실 여성신문사진기자
결혼식 전 기자회견을 가진 후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는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 ⓒ이정실 여성신문사진기자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개 동성결혼식이 성사됐다.

김조광수(48) 영화감독과 김승환(29) 레인보우팩토리 대표는 7일 오후 6시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공개 결혼식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을 치렀다. 양가 부모님의 허락 하에 공개적으로 동성 결혼식을 하는 국내 첫 사례다.

이날 결혼식은 주례와 축가 없이 시민들과 하객, 행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서트 형식으로 마련됐다. 변영주 김태용 이해영 감독이 사회를 맡고 강허달림, 인디밴드 신나는 섬, 이디오 테잎, 허클베리핀 등이 축하 공연을 준비했다.

9년의 만남 끝에 결혼하는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대표는 커밍아웃 이후 성소수자를 위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영화인이다. 영화 ‘조선명탐정’, ‘의뢰인’, ‘올드미스 다이어리’ 등으로 유명한 17년차 감독 김조광수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소년, 소년을 만나다', '친구 사이?' 등으로 성소수자의 애환을 다루는 작품을 연출해 왔으며, 김승환 대표가 운영하는 레인보우 팩토리는 퀴어영화 전문 영화사다.

이들은 오는 9일 혼인신고를 해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 등 법적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표이기도 한 김조광수는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돼 있지만 동성애자들에게는 평등하지 않다. 혐오에 의한 반대로 인해 ‘성적 지향’ 조항이 빠져야 한다는 주장은 차별금지법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입법을 지지해왔다. 이 커플은 축의금으로 '신나는 센터'를 세워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메카로 만들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동성혼은 아직 합법화되지 않았다.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동성혼이 합법화된 나라는 20개국이 되지 않는다. 올해 들어서 뉴질랜드와 프랑스도 동성결혼을 인정했으며, 지난 6월 미 연방대법원은 결혼을 ‘이성 간 결합’으로 규정한 연방 결혼보호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이날 오전 7시부터 한 기독교단체가 두 사람의 결혼식을 막기 위해 결혼 준비 무대에 난입해 예배를 드렸다. 이 단체는 지난 4일 종로경찰서에 "동성결혼 행사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도전하고 조롱하는 것이며,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망하게 하는 악독하고 통탄할 반인륜적인 행사이므로 묵과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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