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칩거 중’… 스스로 무장하고 치안 나서
폭력사태 진정됐지만 분열은 계속… 협상 촉구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이집트 사태가 진정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부터 사흘간 이집트 전역에서 벌어진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와 이를 무력 진압한 군인들과 경찰의 유혈 충돌로 숨진 희생자가 1300명에 이른다는 이집트 독립기관인 경제사회적권리센터(ECESR)의 발표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망자는 14일 카이로시의 라바 광장과 나흐다 광장에서 일어난 시위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분노의 금요일’이라 불린 16일에도 1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2년 전 혁명의 물결이 넘실댔던 카이로시는 피로 얼룩진 ‘유령도시’가 됐다.
폭력과 피로 얼룩진 이집트 사태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여기자의 죽음에 애도 물결
정치투쟁으로 시작해 유혈 충돌로 끝난 이번 폭력 사태에서는 무고한 희생자도 여럿 나왔다. 특히 여성 언론인 하비바 아메드 압드 엘아지즈의 사연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아랍에미리트 엑스프레스 기자인 하비바는 휴가를 맞아 이집트 카이로시에 왔다가 라바 광장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휴가 중인 하비바가 친척을 만나러 카이로에 갔는지 취재를 위해 갔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번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12일 트위터에 마지막으로 “성스러운 사람들과 분노의 날이 다가온다!”고 남겼다. 무르시 지지자들은 하비바가 저격수의 총을 맞았다고 주장했고 그는 기자로서 현장의 뉴스를 전하는 대신 스스로가 뉴스가 됐다. 하비바 외에도 영국 스카이뉴스의 카메라 기자 등 4명의 언론인이 시위 현장에서 숨졌다.
폭력 지나간 자리의 불안과 공포
폭력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공포와 불신이다. 특히 많은 여성들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인터넷 여성뉴스 ‘위민뉴스네트워크’(WNN)는 ‘분노의 금요일’ 직후 카이로에서 보낸 소식을 통해 “이집트 전역으로 퍼진 폭력에 대한 공포로 이집트인들은 ‘칩거 중’(staying home)”이라 전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타하니라는 이름의 여성은 “모두 철문을 닫고 하루 종일 집 안에 머물러 있다. 오늘 아침에도 가까운 곳에서 총소리와 소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그는 집 밖 출입을 삼가며 필요한 식료품은 전화로 주문해 배달 받는다고 했다.
폭력에 대한 공포는 일반 시민들을 무장시키기도 했다. 가족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도 무장을 하고 지역 순찰에 나섰다. 시민들에게 무장을 해제하고 치안은 정부에 맡겨달라는 내무장관의 요청이 있었지만 주택들이 모여 있는 지역에선 통금 전까지 주변을 감시하는 ‘지역 순찰대’가 자체적으로 조직됐다.
시위 후폭풍… 대화 이뤄질까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온 무슬림형제단의 최고지도자 무함마드 바디아가 20일 보안군에게 체포되면서 일단 시위는 일단락됐고 카이로 거리는 평화를 되찾았다. 무르시 대통령 지지자와 군부 간 세력다툼은 여전하고 국민 또한 분열돼 있어 협상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집트 출신의 미국 언론인 모나 엘타하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를 흘리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라며 “2011년의 혁명은 이슬람이나 군부의 이름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자유와 정의의 이름으로 시작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혁명이 반드시 죽음을 필요로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60년 이상 우리는 계속해서 투쟁해왔다. 무슬림형제단과 군부 중 선택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이집트는 그 둘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하고 “서로를 향해 총격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협상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