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사회당 등 모두 4명의 여성 후보 각축
여성 권력 미약한 프랑스 정치계 청신호 될까
내년 3월 치러질 프랑스 파리시장 선거가 여성 후보들만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하나의 자리를 놓고 모두 4명의 여성이 도전을 선언했다. 이로써 최초의 여성 파리시장 탄생이 확실해졌다.
여당인 사회당과 제1야당인 중도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은 일찌감치 파리시장 후보를 확정했다.
사회당에선 2008년 재선에 성공한 베르트랑 들라노에 현 시장이 3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현 부시장인 안 이달고(53)가 후보로 낙점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에서 환경장관을 지냈고 지난해 대선에서 사르코지 캠프의 대변인으로 활약했던 나탈리 코시스코 모리제(40)는 지난 6월 대중운동연합의 시장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며 여-여 격돌을 확정지었다. 여기에 중도파인 민주운동(MoDem)의 마리엘 드 사르네즈와 녹색당 대표인 세실 뒤플로도 시장 선거 합류를 선언했다.
파리 정치계는 여전히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지만 파리시만은 예외로 2008년 파리시장 선거 때도 대중운동연합의 프랑소와즈 드 파나피유와 민주운동의 마리엘 드 사르네즈가 각 당을 대표해 나섰다. 2000년 모든 선거에서 남녀 동수의 후보를 내도록 한 여성할당제 법안이 통과됐지만 2001년 프랑스 내 모든 시장 선거에서 여성 후보의 비율은 11%, 2008년 이후 선거에선 14%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프랑스 언론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치학자 상드린 레베크는 위민스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뉴스룸에는 마초적인 분위기가 있어 후보들의 자질과 관계없이 ‘과연 시장에 알맞은 인물인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라고 여성 후보들의 능력에 끊임없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며 “후보가 남성이었을 때는 없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나 독일 같은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프랑스 정치계에서 여성의 입지는 크지 않다. 상드린 레베크는 이에 대해 “프랑스의 페미니스트들은 정치계 입문을 거절해 왔기에 사회운동과 정치 사이의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여성 정치인 네트워크인 ‘펨므 에 푸브와르’(여성과 권력)의 설립자인 줄리아 무종은 “여성 정치인의 문제는 당선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당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면서 “정당들은 여성을 신뢰하지 않아 여성들에게 당을 대표하는 정통성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장 후보들도 이 같은 상황을 인정하고 있다. NKM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대중운동연합의 모리제 후보는 최근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두 번의 임신 때마다 장관 임명을 놓친 바 있다”고 털어놓아 화제를 모았다. 그는 “한 번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 또 한 번은 프랑소와 피용 총리에게서 ‘임신했으니 장관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고백했다. 사회당의 이달고 후보 또한 “오랫동안 프랑스 정치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고 여성들은 오늘날에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파리시장에서 대통령이 된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의 예처럼 파리시장 자리가 중요한 정치적 발판으로 여겨지는 만큼 이번 파리시장 선거를 통해 프랑스 여성 정치계도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를 반년가량 앞두고 실시된 최근 여론조사에선 이달고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