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붕괴로 확산... "외국 떠난다"
무르시 이집트 전 대통령의 축출 후 끊임없이 벌어지는 유혈사태가 이집트 경제 동요로 이어지고 있다.
이집트 보건당국은 15일 유혈사태로 최소 638명이 사망하고 40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고, 무슬림형제단 측은 유혈사태로 2600명이 숨지고 1만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무르시 지지자 수천명이 기자 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친 군부 민병대의 총격을 받은 것이다. 아들리 만수르 임시 대통령은 14일 한 달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요 외국계 기업들은 즉각 현지에서 철수 선언을 했다. 채권 수익률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도 불안한 양상이며, 이집트의 주요 수입원인 관광산업도 타격을 입어 유혈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6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 일본의 도요타, 유럽계 기업인 로열 더치 셸과 일렉트로룩스 등 이집트에 진출한 주요 외국기업들은 유혈 진압 사태가 발생하자 직원들의 안전을 생각해 즉각 현지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GM은 15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카이로 사무소의 문을 닫고, 현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직원들의 안전과 보안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사태를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도 지난 14일 저녁 현지 공장의 직원들을 조기 퇴근시킨 뒤 공장 가동을 멈췄다. 스웨덴계 다국적 가전제품 기업인 일렉트로룩스는 카이로 외각에 위치한 몇몇 공장의 가동을 15일부터 중단했으며,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작 에너지 기업인 로열 더치 셸도 사무소를 일시 폐쇄했다.
이와 함께 유혈 진압사태로 정치적 위기가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경기침체 심화가 될 것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금융시장 분위기도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증시는 15일에는 아예 개장하지 않았으며, 거래는 오는 18일 재개될 예정이다. 이집트에서 증시가 문을 닫은 것은 지난 2011년 1월 혁명 후 처음이다. 당시 증시는 거의 2개월간 문을 열지 않았다. 또 15일로 예정됐던 국채 발행과 외화 매각 계획도 취소했다. 이집트는 애초 국채를 발행해 9억 2천900만 달러를 차입할 예정이었다.
2020년 4월 만기로 고정 금리가 5.75%인 이집트 국채는 15일 수익률이 22베이시스포인트(1bp=0.01%) 뛰어 9%에 달했다. 이틀간 69bp가 뛰어 지난달 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부도 가능성을 반영하는 신용 부도 스와프(CDS)도 이틀 사이 45bp 상승해 795bp가 됐다. 2020년 만기 이집트 정부의 국제 채권 수익률이 이번 주 초 8.1%에서 15일에는 8.85%로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 증시는 지난 14일 정부의 거래중단 조치로 문을 닫기 전까지 1.7% 급락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2차 피해가 확산될 거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런던 소재 중동ㆍ터키 담당 필립 다우바-파타나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집트와 국제사회의 관계가 후퇴하는 것이 걱정이다. 특히 서방국의 신뢰가 나빠지면 이미 추락한 경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랑스계 은행인 소시에테 제너랄의 한 분석가는 "이집트가 점차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고 내다봤다고 FT는 전했다.
이집트의 주요 외환 공급원이자 수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관광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15일 미국 국무부가 이집트에 머무는 자국민에게 즉각 출국할 것을 권고하는 등 이집트 여행을 제한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