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종속 관계·성적만능주의가 부른 비극

임용을 준비하던 29세 여성 A씨가 사춘기 제자 D군과 원룸에서 동거하며 과외를 하던 중 뜨거운 물로 화상을 입히고 흉기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A씨는 당초 성폭행에 대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으나 검찰 수사 결과는 180도 달랐다. 공범이 2명 더 있었던 데다 스토리가 막장 드라마보다 더 엽기적이었다.

고교에 같이 교생 실습을 나갔던 B씨가 D군과 사귄 후 교제 사실이 들통날까 걱정돼 A씨에게 데리고 살면서 공부를 시켜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다. 또 D군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자 자신을 짝사랑해온 ‘절친’ C군까지 합세시켜 피가 나도록 구타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당한 사실은 이뿐 아니다. B씨는 A씨에게 ‘원이’라는 가상의 남성을 소개해주고 그 남성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애인처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원이’를 믿었던 A씨에 “K군이 공부를 안 하면 ‘원이’의 가족이 다칠 수 있다”고 협박해 심리적 불안감에 빠진 A씨가 D군에게 끓는 물까지 부었다고 한다.

인천지검을 취재하면서 D군이 몸무게 100kg이 넘는 건장한 체격이었다는 형사3부장의 말에 아연실색했다. ‘이 정도 체격이면 분명 당하고만 있진 않았을텐데….’ 그리고 D군의 고통에 온몸이 저려왔다. 피고인들이 골프채로 때리고, 몸에 끓는 물까지 붓고 구타하는 동안 D군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피해자와 피고인들은 분명 보통의 인간관계는 아니었다. 부모로부터 격리된 D군에게 이들은 가족과 같았다. 절대자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른다. 숨이 끊어질 때까지 순종적으로 폭력을 감수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피고인들은 열여섯 살 소년의 절대적인 신뢰를 악용해 악랄한 범죄를 저질렀다. 아동학대는 죽음으로 끝났다. 더욱이 인성의 롤모델이 돼야 할 예비 교사들이 윤리의식을 저버리고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사제관계이자 이성관계가 되면서 B씨가 D군을 심리적으로 지배한 상태”라고 말했다. 어린 학생이 교생과 금지된 사랑을 한 후 죄책감에 사로잡혔고, 교생에게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다는 마음과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뒤섞이면서 B씨가 시키는 대로 무조건 복종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귀한 아들을 잃은 부모에 대해선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이해되지 않는다’가 솔직한 심정이다. 성적만능주의에 빠진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서다. 인천지검 형사3부장은 부모가 매달 60만원의 생활비를 보내줬다고 했다. 부모 입장에선 기숙학원에 아이 맡기듯 과외비를 입금했을 것이다. 아이의 성적이 오르면서 피고인들이 ‘구세주’같이 여겨진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피고인들은 지난 7일 구속 기소됐다. A씨는 범죄를 인정했으나 B씨는 “한 대도 때린 적 없다”며 전면 부인하고, C씨는 “심한 체벌은 하지 않았다. 손으로 등만 때렸다”며 일부 사실만 인정하고 있다. D군과 부모의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피고인들은 제대로 죗값을 치러야 할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