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은 자세 가져야 몸과 얼굴에 밝은 기운이 넘쳐납니다”

국내 최초로 ‘신체 리모델링’이란 콘셉트로 진료 활동을 펴고 있는 설준희(사진) 세브란스 체크업 신체리모델링센터 교수는 앞서 언급한 이화여대 노분조 명예교수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에게 그 기적을 설파하고 체험시키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해 8월 정년퇴임했지만 오히려 새로운 건강법에 대한 그의 ‘전도’ 열정은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때문에 무보수 자원봉사도 마다 않고 센터의 일에 전념 중이다. 그는 의사로서의 마지막 소명으로 운동치료 클리닉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면서 건강검진에 운동능력 검진을 추가해 가까운 미래에 탄탄한 건강진단 체계를 갖추는 것을 꼽고 있다. 인간의 타고난 생존력을 바탕으로 운동을 통해 이뤄가는 자생적 회복력. 그는 세브란스를 교두보로 전국 병원과 관련 기관에 이러한 인식을 널리 퍼뜨리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99%가 잘못된 자세로 걷고 있다

기자와 함께 걸으면서도 그의 눈엔 온통 사람들의 걷는 모습만 들어오는 듯했다. 행인들을 일일이 가리키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목이 앞으로 쑥 나와 있는 소위 거북이 자세가 많다고 안타까워하던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99%가 잘못된 자세로 걷고 있다”며 “배우 김혜자 선생이나 오드리 헵번처럼 꼿꼿하게 바른 자세가 경외감을 일으킬 정도로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곧은 자세로 얼굴에 밝은 기운이 넘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무거운 가방으로, 특히 여성들은 하이힐로 몸이 다 틀어져 있다. 스스로 자세를 바로잡기는 대단히 힘들고,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운동 상식, 헬스클럽에서의 지도도 그릇된 점이 많다. 절대적으로 운동은 뇌가 하는 것, 집중에 집중을 해야 한다. 운동하면서 잡담을 하거나 러닝머신 등에 달려 있는 TV 모니터를 보는 것은 운동효과를 감소시킨다. 1시간 운동해도 실제 효과는 기껏 20분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뇌와 함께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근육운동을 눈으로 확인하며 운동하거나, 최소한 다른 사람이 운동하는 모습이라도 보면서 운동해야 한다.”

그의 평소 지론은 “어린아이처럼만 걸으면 일생 병에 걸리지 않는다”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콘크리트로 지은 집도 15년쯤 지나면 재건축이다 리모델링이다 하는데 움직이는 사람은 어떻겠는가”란 현실적 인식에서 대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어려서부터 바른 자세를 생활화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정기적 체크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이 타고난 유연성을 어느 정도 평생 유지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비틀린 신체를 바로잡는 시기엔, 전신 근무력증이나 전신 부상 등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데드라인이 없다. 80대 같은 30대도 있겠지만 그 반대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선 80대가 예전 60대와 같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에서 연수 중일 때 보니 평균 90대 노인들이 주 4회 이상 골프를 치는 저력을 발휘하더라. 94세 된 한 여성은 유일하게 힘든 게 골프 칠 때 (골프공이 날아간) 비거리가 잘 안 나오는 거라고 하더라.(웃음) 얘기를 들어보니 젊어서부터 신체 디자인을 하기 시작한 분이었다.

고령화 고령화 하는데 (노년의 무기력한 현실에만 연연하지 말고) 신체 디자인부터 바르게 한다면 노인 의료비도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라 확신한다. 결국 운명은 자신이 만드는 것,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80대도 노력하면 30대 못잖은 몸 상태 가질 수 있어

그는 의사로선 드물게 2개 분야를 전공했다. 군 복무를 마치자마자 소아심장 전문의로 출발해 현재는 운동치료 클리닉에 전념하고 있다. 

2000년 들어 스포츠의학과장을 맡게 된 것이 전환점이 됐다. 이후 6년, 보스턴대학, UCLA, USC, NYU, 스탠퍼드, LA레이커스에서 운동치료 등을 통해 신체의 기본을 중시하며 그 위에 강도 높은 훈련을 권장하는 것을 접하면서 생소한 스포츠의학을 배우고 심취한 시기였다. 하지만 그의 타고난 운동 적성과 열정이 없었더라면 이를 효과적으로 수용하고 응용할 수 없었으리라.

의사인 아버지의 눈을 피해 새벽 4시부터 운동을 나갈 정도로 그는 운동을 좋아했다. 중학교 때 유도를 시작했고, 고등학교 시절엔 농구에 탐닉, 연세대 시절에는 농구부 부장까지 맡을 정도였다. 당시 최희암 감독이 “감독, 코치보다도 더 열심히 체육관을 지킨다”고 감탄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후에 특이하게도 ‘농구 슈팅학’이라는 책도 발간했다. 사실 그는 우등생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제대로 된 대학에 들어가기는 어려우니 고교 졸업 후 장사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넌지시 물어볼 정도였다. 그러나 농구선수로 대성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선 후 그는 무섭게 공부에 집중했다. 뒤에서 전교 10등 하던 그가 고3 말 무렵엔 ‘앞에서’ 전교 5등을 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공부도 운동과 똑같다. 실질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몇 시간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나 스스로도 10시 이후에 공부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연세대 농구부장 시절, 아침부터 저녁까지 훈련시키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었다. 공부도, 운동도 신체리듬이 좋을 때 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깨달았다.”

수술에 의한 삶의 질 향상은 분명 한계

세브란스 병원에서 운동치료 클리닉은 3년 전에야 본격 시작됐다. 그가 수년 전부터 클리닉을 활성화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한 결과다.

“역시 가장 난제는 전공 이기주의로 협소해진 의사들 자신의 인식 부족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이 무릎 통증이든지 허리·목 디스크든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곧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러서야 병원 문을 두드리는 데도 원인이 있다. 그러니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등에서 수술 안 하고 통증을 없앨 수 있다는 말을 믿겠는가.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병원을 쇼핑 다니듯 하고 있다. 통증 오면 신경외과, 정형외과는 물론 한의원, 척추클리닉, 물리치료, 통증클리닉, 카이로프랙틱까지 두루 다니고 있지만 피상적이고 일시적인 치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수술 후엔 더욱 운동치료가 필요하다. 즉 신체 리모델링이 더 절실해진다. 어떻게 보면 운동치료는 애프터서비스 의료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가령 복부 수술을 한 경우 적합한 운동치료를 병행하면 회복 기간이 2주에서 1주로 대폭 줄어들 수도 있는데, 아직 우리 의학계나 미국 의학계에서조차 이 같은 혁명적인 의료 인식은 걸음마 단계다.”

그는 운동치료를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새로운 의학 장르라고 자신한다. 그 밑바탕엔 “병이 없고 건강한 상태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는 수술만으론 역부족”이란 회의가 있다. 최근 그는 척추디스크로 움직이지 못해 우울증까지 앓던 76세 환자가 그의 운동치료를 받은 지 1년 만에 완쾌돼 등산까지 다니는 것을 보면서 의사로서 보람을 만끽하고 있다. 열흘 만에 뱃살 빼기, 밥상으로 암 정복하기 등 자극적인 건강 서적과 구전 요법이 넘쳐나는 요즘, “시간 없어 운동 못 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며 그런 생각을 고수하는 한 “(당신의 몸이) 가는 길은 뻔하다”는 이 노 의사의 정직하고 직설적인 충고에 귀를 기울일 때다.

잘못된 걸음걸이가 만병의 원인

발뒤꿈치부터 지면에 닿아야… 1일 40분 연속걷기 생활화를

그에 따르면, 인체는 원래 강한 다리와 허리로 힘찬 걸음을 걸을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으나 올바르지 못한 생활습관, 직업적 특성에서 생기는 신체 불균형, 나이가 들면서 오는 퇴행성 변화 등으로 타고난 걸음걸이의 균형이 깨져버린다. 그 결과 몸의 균형도 틀어지면서 양다리의 길이가 차이가 나게 되고, 위로는 골반 이상, 아래로는 무릎·발목의 이상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양다리의 길이 차이가 1㎝ 이상 나타날 때부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를 교정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