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여성정책네트워크 활동에 주목한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허용 여부가 공천 배제 쪽으로 방향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간 선거라는 공간에서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주장해온 할당제 등 제도적 장치의 중심축은 ‘후보 할당’이었다. 정당 공천이 실시되지 않을 경우 후보 할당이라는 제도의 적용 자체에 한계가 있어서 여성들은 위기에 직면해 있고, 당장 대안을 구체적으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에 관한 여성운동의 입장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면, 그리 신속하고 단일하게 ‘공천 폐지 반대’로 모아지기 어려웠다. 풀뿌리 지역운동의 관점에서 정당 후보 할당을 통한 여성 지방의원의 수적 확대가 질적인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이 드러난 탓이다.

이 지점에서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제도정치에 진입한 여성 의원과 여성운동의 관계와 역할이 아닐까 생각된다. 중앙정부건 지방자치단체건 행정과 시민사회의 거버넌스는 어느 정도 구조적으로 만들어져가고 있는 데 반해 의회와 시민사회의 안정적 네트워크의 구축 사례는 찾기가 쉽지 않다. 여성운동도 어떤 시기에는 적극적으로 지방선거에 직접 후보도 내고 당선시키고 지지도 하는데, 오히려 선거 이후의 관계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지역의 노력으로 경기여성정책네트워크의 조직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는 ‘좋은 후보 선정위원회’를 통해 여성 후보를 선정하는 활동을 벌였고, 선거 결과 각 정당에서 여성 의원이 다수 배출됐다. 이를 계기로 여성단체 쪽에서는 의회와 지역 여성정책과 관련해서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는 안정적 통로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고민에서 간담회를 제안했고, 당선된 여성 의원들이 이에 화답해 공식적으로 경기여성정책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출범할 수 있었다.

현재 네트워크에는 경기여협·경기여연·경기여성연대·경기자주여성연대 등 다양한 여성단체가 함께 참여하고, 각 정당과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등 여성 지방의원들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논의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사무국은 여성운동 쪽에서 각 단위가 1년씩 돌아가면서 담당한다. 지난 3년간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연구와 설문조사, 성인지 예산제를 위한 매뉴얼 개발과 교육, 지역 여성정책 의제의 생산 등을 위한 사업을 추진해왔고 최근에는 공공산후조리원 설치에 관한 조례를 준비하면서 네트워크를 통해 여성단체와 여성 지방의원의 교감을 넓혀가고 있다.

시작 단계라 아직 풀어가야 할 문제가 많다고 하면서도,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 활동가와 여성 의원들은 네트워크의 긍정적 의미를 강조한다. 여성운동과 현실 정치인이 한 공간에 모여 공동의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사고의 지평을 연 것도 의미 있고, 각 당의 여성 의원들이 운영위원회 구조에 들어와서 뭔가 논의를 함께 하고 역할 분담이 되면 일을 하겠다는 마음과 의지의 기반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최소한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던 여성 의원들의 역할도 중요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들은 네트워크가 주는 ‘운동과 정치 사이의 일상적 소통’이 갖는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전국에서 의원 정수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고, 기초와 광역을 모두 합쳐 유일하게 ‘여성’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상임위원회가 존재하는 지방의회이기도 하니,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여성 의원의 수적 확대가 질적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은 현실 정치인이 된 여성 의원들에게만 책임 지울 일은 아니다. 지역 차원에서 여성운동이 어떻게 방향을 제안하고 협력을 모색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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