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논란
종지부 찍으려면
김장수, 윤병세 증언
절대적으로 필요

국가기록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실종된 전대미문의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폐기했다고 단정하고 있다. 황우여 대표는 “예전에는 사초 관련 죄는 참수로 벌했다”는 격한 발언까지 쏟아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결과적으로 소모적 정쟁을 연장시킨 한쪽에 민주당이 서 있게 된 점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모든 책임은 당 대표인 제가 안고 가겠다”고 했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떠나 이번 대화록 실종 사태에서 풀리는 않는 몇 가지 의혹이 있다. 가장 큰 의혹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정원에는 있는데 왜 국가기록원에는 없는가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일관되게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2부를 만들어 국정원과 청와대에 1부씩 보관했으며 청와대 문서는 모두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국정원에 기록이 있는데 굳이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폐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강변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기록원이 대화록을 아직 못 찾았을 수 있고, 심지어 이명박 정부에서 정략적으로 폐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면 정반대의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 보관됐던 대화록도 폐기하도록 지시했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대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최근 “종이문서로 청와대에 보관 중인 대화록은 폐기했지만 전자문서 형태로 이지원에 담아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토대로 추정해보면 청와대가 종이 문서로 돼 있는 국정원 대화록도 폐기하라고 지시했을 개연성이 있다. 그런데 국정원은 갖고 있던 녹음 파일로 새로 대화록을 만들어 보관했을지도 모른다. 문제의 핵심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대화록을 폐기했다는 것이다. 여야가 신속히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태의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다른 의혹은 문재인 의원이 왜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대화록과 부속 자료를 모두 열람하자고 주장했는가이다. 참여정부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대화록 이관 업무를 총괄했던 문 의원은 자신이 재임해 있는 동안에는 대화록이 이관됐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공개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만약 대화록이 삭제됐다면 이는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 문 의원이 예상을 깨고 국가기록원의 모든 자료를 요구한 배경에는 정상회담 대화록보다는 사전·사후 대화록에 훨씬 많은 비중을 둔 것 같다. 실제로 문 의원이 최근 블로그에서 “남북국방장관회담 대책보고회의에서 김장수 당시 국방장관으로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북측이 주장하는 경계선 사이의 중간 수역을 요구해올 것으로 예상되는 북측의 공동어로구역안을 거부하고, NLL을 기선으로 해서 남북 간의 등면적 수역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자는 우리 측의 기존 제안을 고수하겠다는 회담 방침을 보고받고, 그렇게 할 것을 지시한 바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여권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한국갤럽이 7월 셋째 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한 결과,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NLL 포기다’라는 응답은 21%인 반면 ‘NLL 포기는 아니다’는 응답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55%였다.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조차 그 비율이 35% 대 32%로 비슷했다. 여하튼 이 시점에서 대화록 실종에 대한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와 별도로 NLL 포기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장수 현 안보실장과 외교안보수석이었던 윤병세 현 외교부 장관의 진솔한 증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분명 이들의 용기 있는 증언은 여야 모두가 원하는 ‘NLL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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