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린 인’ 과 같은 이름 비영리단체 설립
미래 평등시대 주역은 ‘린 인’ 세대가 될 것
페이스북의 2인자 셰릴 샌드버그가 ‘린 인’으로 여성운동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샌드버그는 현재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경제인으로 꼽힌다. 그는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재학 당시부터 유능함을 인정받아 매킨지컨설팅, 미 재무부 등을 거쳐 페이스북에 합류했다. 샌드버그가 ‘일하는 여성’을 대변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샌드버그는 2010년 테드여성(TEDWoman) 콘퍼런스에서 ‘여성 리더가 소수인 이유’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 강연 영상은 온라인 조회 수 200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강연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과 이어진 청년들의 질문 공세는 샌드버그로 하여금 여성과 일, 리더십을 주제로 한 책을 집필할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적극적으로 뛰어들라’ 또는 ‘도전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린 인’이라는 콘셉트는 이날 강연을 통해 처음 소개됐고 그의 책 제목이 됐다. 그리고 2013년 봄, 미국 내 출간과 동시에 셰릴 샌드버그는 같은 이름의 비영리 단체 ‘린 인(http://leanin.org)’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비영리단체 ‘린 인’은 셰릴 샌드버그를 포함해 5명의 여성이 공동 설립했다. 샌드버그는 단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단체는 야망을 실현하는 길에 과감히 뛰어들기로 결심한 젊은 여성에게 용기를 주고, 이들에게 필요한 실무적인 전략을 교육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린 인’은 지역사회에 발판을 둔 소그룹 ‘서클’의 구성과 활동을 지원한다. ‘서클’은 8-10인 규모의 또래 집단으로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구성원은 친구나 지인, 직장 동료가 될 수도 있고, ‘린 인’ 웹사이트를 통해 함께 그룹 활동을 할 사람을 찾을 수도 있다. ‘서클’ 구성원들은 월 1회 모임을 갖고 단체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자유롭게 토론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무엇보다도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공유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둔다. ‘서클’은 경험을 나누고 격려받으며 연대감을 바탕으로 서로를 코칭해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개인적으로 부딪치기보다는 그룹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함께 함으로써 여성들은 기회 앞에서 자신을 주저하게 만들었던 고정관념을 (더 쉽게) 깨버릴 수 있다. 함께 함으로써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가 진정한 선택과 평등의 기회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샌드버그는 소그룹 활동을 중심으로 한 ‘린 인’ 운동의 취지를 설명한다.
단체 웹사이트에 ‘플랫폼 파트너’로 등록된 245개 기업체와 단체에서는 ‘린 인’에서 제공하는 교재와 ‘서클’ 플랫폼을 도입해 직원 교육에 활용하기도 한다. 협상전략, 창조성, 리더십, 팀플레이, 보디랭귀지 등의 주제를 포괄하는 ‘린 인’의 교육 프로그램은 스탠퍼드대학의 클레이먼 젠더연구소와의 제휴로 만들어졌다.
‘린 인’을 통해 ‘서클’ 활동을 시작한 여성들은 작은 시작이었지만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마음이 맞고, 서로를 격려해주는 또래 여성들과의 만남은 소중한 경험이 됐다” “서클 활동을 통해 여자 친구들 간의 네트워크가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셰릴 샌드버그가 진정한 여성주의자인가 아닌가의 논란은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의 행보가 여성주의의 프레임을 넓혔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린 인’ 운동은 작은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활동이지만, 궁극적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리콘 밸리의 성공 아이콘’으로 불리는 샌드버그의 성공신화가 사회운동 분야로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린 인’을 통해 교육받은 젊은 세대가 미래의 여성운동에 어떤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