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 3분의 1 수준

 

서울 무교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본부에서 지난달 열린 어린이주간 선포식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희망나무 앞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서울 무교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본부에서 지난달 열린 어린이주간 선포식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희망나무 앞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어린이집과 아동보육시설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한국의 아동인권이 너무 취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비준국이자 ‘선진국 중의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인 한국의 아동인권은 아프리카 저개발국가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 우리나라 아동인권과 관련해 아동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교육정책을 검토할 것, 아동분야 재원 수준을 증대할 것, 아동성폭력 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 등을 취할 것을 권고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내 아이니까 내가 훈육하고 체벌하는데 왜 간섭하느냐며 아이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들이 여전히 많다”며 “아동학대 가해자의 83%가 부모다. 그런데도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낮다. 부모를 잘못 만나 그 모양 그 꼴로 산다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장 관장은 “시골은 마을 전체가 방임 가정이라 할 만큼 위험수위다. 기초생활수급비를 타기 위해 아이를 시설에 보내지 않고 방임하는 조부모나 부모들도 있다”며 “사법부나 일반 국민의 인식은 친권이 ‘하늘이 주신 권리’라고 여긴다. 하지만 아동학대가 심각한 가정에선 일정 정도 친권 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호균 한국아동권리모니터링센터장은 “아이를 학대하거나 방임하는 부모들에게 사법부가 너무 물렁하다. 세 살짜리가 머리뼈에 금이 가도록 맞아도 보육시설보다 부모 밑에서 크는 게 낫다는 게 지금의 사법부 인식”이라며 “가정법원 내 소년법정이 있지만 비행청소년 문제를 주로 다룬다. 아동보호사건을 총괄하는 전담 재판관들이 포진한 아동전담법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아동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OECD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아동복지 지출은 0.8%로 34개국 중 32위다. OECD 평균(2.3%)의 3분의 1 수준이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별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하다. 예컨대 지역아동센터 한 끼 식비 단가가 4500원인 곳도 있는 반면 아예 급식비를 못 주는 지역도 있다.

보건복지부 내 아동권리과를 아동권리국으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호균 센터장은 “미국 보건성 산하 아동국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다”며 “다양한 아동정책을 총괄하기에 우리 정부부처 규모가 작다”고 말했다. 아동정책조정위원회가 2008년 이후 가동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2004년 아동복지법에 국무총리실 산하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운영하기로 법제화한 후 2005∼2007년 매년 한 차례밖에 열리지 않아 실효성이 적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그나마 이명박정부 이후 올스톱된 상태다.

아동인권을 모니터링하는 독립 기구가 없는 것도 문제다. 굿네이버스가 보건복지부로부터 한국아동권리모니터링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지만 독립적이지도 않은 데다 예산과 인력도 충분치 않다. 노르웨이, 영국, 스웨덴은 장관급 옴부즈맨제를 운용한다. 수십억 예산으로 움직이는 이들 나라와 비교조차 민망한 대목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아동권리 모니터링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안에 아동인권 전문가를 두거나 독립적인 모니터링 기구를 둘 것을 권고했으나 한국은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

아동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아동복지법 상위법으로 아동기본법을 만들어 아동권리교육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예컨대 양육수당 지급 시 주민센터에서 아동권리교육 수강 확인증을 내게 하거나 보육교사 양성과정에 아동권리교육을 필수 코스로 넣자는 것이다..

국제아동지표학회 소속 10개국 연구진이 세계 처음으로 산출해 지난달 발표한 국제어린이행복종합지수 결과 한국은 조사 대상 8개국 중 7위에 그쳤다. 심지어 1인당 GDP가 한국의 5분의 1 수준인 알제리(6위·99.5점)보다 순위가 낮았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