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적장애를 가진 엄마와 미성년인 딸에게 성폭력과 폭행을 일삼아온 가해 남성에게 성폭력은 인정하지 않고 상해와 폭행죄만 인정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전남 보성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가해자 이모씨는 사냥한 동물을 구워달라며 지적장애를 가진 부부와 미성년인 딸이 살고 있는 외딴 집을 찾아갔고, 호감을 산 뒤 부부 집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곧바로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부인과 미성년 딸을 성폭행하기 시작했다.

이어 이씨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따로 집을 얻어 부인과 그 딸을 데리고 살았다. 그러면서 이씨는 찾아오는 남편에게 폭행을 가했고, 또 모녀가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모녀의 얼굴, 등, 다리 등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했다. 견디다 못해 모녀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막상 경찰이 출동하면 이씨에게 나중에 해코지를 당하는 것이 두려워 “아무 일도 아니다”며 경찰들을 돌려보냈다고 한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이씨에게 가혹한 폭행을 당했는데, 이씨가 벌목용 칼을 여성들에게 던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은 이모에 의해 폭행 사실이 방송국에 제보됐고, 방송 이후 가해자 이씨는 경찰에 구속됐다.

그러나 검찰 처분은 말 그대로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검찰은 상해와 폭행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하고, 정작 모녀를 함께 유린하고, 심지어 딸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 성폭행하는 등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해 성폭행과 간음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칼 같은 사냥도구를 가지고 다니며 온갖 협박과 폭행을 자행하는 사람이 성관계를 요구하면 그 누구도 거부하기 힘들다. 비장애인들도 이러한데, 지적장애가 있는 엄마와, 아직 판단력이 미성숙한 17세 소녀가 가해자 이씨를 거부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검찰은 성폭행 당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가해자가 장애 상태를 이용해 위계에 의해 간음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성폭력 정황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검찰의 재조사를 촉구하며 이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다시 고발했다.

일반적으로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에서는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는 진술을 얻기 어려울 때가 많다. 성폭행이 언제 어디에서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을 때가 많고 지적장애 여성들은 작은 위협이나 유인에 쉽게 이끌려 순종하는 경향이 있어 법정에서 ‘화간’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사법부가 지적장애인 성폭력의 특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한 지적장애인 여성의 피해는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성폭력 피해자 여성의 70%가 지적장애인이다. 해결 방법이 없을까?

우선 지적장애를 가진 여성에 대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 권한을 높여주는 교육, 폭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반복적이고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적장애인 여성이 다니는 학교 안에서, 그리고 복지관 등 복지서비스 전달체계 안에서 이런 교육이 자주 제공돼야 할 것이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진술조력인 지원, 진술 녹화 등이 반드시 제공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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