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숙 후보자 ‘몰라요 장관’ 임명되나

“어업에 대한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김춘진 의원)

“해양~ 크크크”(윤 후보자)

최근 개그 프로그램보다 재미 있다는 윤진숙(58)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 동영상에 나오는 국회의원과 장관 후보자의 대화 내용이다. 정치색 없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윤 후보자는 ‘모래 속의 진주’라고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초대 내각에 단 2명이었던 여성 장관 후보 중 한 명인 윤 후보자는 지난 2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무난히 청문회를 치를 것이라 예상됐으나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웃어넘기려 하는 등 태도에 대한 문제까지 지적되면서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인 윤 후보자는 16년간 해양연구 분야에서 활동해 온 인물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5년 만에 부활하는 해수부 수장으로 지목됐으나 청문회에서 전문성을 의심케 하는 답변 태도로 자진 사퇴론까지 불러일으켰다. 결국 지난 5일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은 무산됐고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며 윤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해 임명 여부를 놓고 청와대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윤 후보자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장관 후보자로서 믿음을 주지 못해 국민께 걱정을 끼쳐 유감”이라며 “저로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국회의원님들의 집중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당혹스러운 나머지 알고 있는 내용조차도 충실한 답변을 드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자는 그동안 자신이 수행했던 연구자료를 보도자료에 첨부하고 “기회를 주신다면 유능한 해양수산 부처 공무원들 그리고 해당 분야 민간 단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 스스로도 밝혔듯이 여성의 진출이 드문 해양수산 분야에서 윤 후보자의 등장으로 이 분야의 여성 진출이 기대됐으나 장관으로서 기본 자질까지 의심받는 상황에 대해 여성계 주변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도덕성 논란으로 낙마한 남성 후보들에 대해 논평을 하지 않았던 여성계가 단 2명이었던 여성 후보 중 남은 한 명에 대해서만 논평을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또한 이번 일이 우수한 이공계 여성 인력들에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윤 후보자를 보좌하는 해수부 조직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후보자로 지명된 지 40여 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정보조차 숙지하지 못한 모습에 후보자를 도와 인사청문회를 준비했어야 하는 보좌진의 책임에 대해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일부의 지적도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