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교육을 강조하면서 교복을 강요하는 모순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하지만 특히 옷에 관한 한 더욱 예민하다. 그 가운데서도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월등하게 유행을 중시한다. 세계 패션의 중심지 중 하나인 미국 뉴욕에서도 유행에 따라 옷을 입는 사람들을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행과는 관련이 없는 편안한 옷을 입고 다닌다. 주로 청소년들과 극히 일부의 성인 여성들만 유행에 맞춰 옷을 입을 뿐 대다수 성인 여성들은 유행에 대해 무관심하다. 옷 매장을 가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백화점 여성복 코너에 가면 유행에 따라 나온 옷들을 진열한 매장은 일부에 국한되고 거의 대부분의 매장이 편안한 일상복을 진열하고 판매한다.
한동안 뉴저지에 살면서 뉴욕시로 출퇴근 한 적이 있다. 기차를 타고 다녔는데, 열차에 탄 월스트리트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 패션이 전부 제각각이었다. 겨울철 코트만 봐도 길이가 들쭉날쭉, 코트 깃도 넓은 것, 좁은 것 등 다양했고 단추도 두 개, 세 개, 네 개 등 언제 적 옷인지 알 수 없는 옷들을 입고 나온다. 여성들 중에는 정장 차림에 신발은 스니커즈를 신고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 여성은 직장에 출근한 후 하이힐로 갈아 신는다. 이처럼 미국 사람들은 실용적으로 옷을 입고 패션도 실용 중심이다.
인간에게 학습은 엄청난 파장을 가져온다. 어렸을 때부터 학습된 것들을 보라. 소위 말하는 예절이라는 것도 전부 학습된 것이며 우리 삶의 활동 대부분이 학습에 의해 습득된 것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그러니 패션도 청소년기에 학습된 것이 평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틀림이 없다.
교복만큼 남들과 다름을 용납하지 못하는 제도도 없을 것이다. 수백 명, 때로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동일한 옷을 입는다는 것은 그 수천 명의 집단 안에 획일화를 강요하는 것이고 다름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감수성 강한 6년을 보낸 사람들은 옆집에서 중형차를 사면 나도 사지 않으면 불안하고, 이웃집 여자가 유행하는 옷을 입으면 나도 입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아무리 창의적인 교육을 강조하고 창의적인 인간이 되라고 요구하고 창조성을 강조해도 청소년들에게 교복을 강요하는 한, 이런 노력은 그 효과가 반감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청소년들뿐 아니라 국민의 창조성 함양을 위해서라도 새 정부는 현재 시행 중인 중·고교 교복 제도를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