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하는 남학생 보며 그늘만 찾는 여학생들
여학생은 운동 싫어한다는 선입견부터 버려야
성별차 이해하고 킨볼·플로어볼 등 프로그램 다양화해야
탈의실·샤워실 등 위생시설 확보로 쾌적한 환경 마련도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서 공을 쫓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십중팔구 남학생이다. 여학생들은 나무 밑 그늘이나 운동장 스탠드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을 바라볼 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재미가 없고 땀나는 것이 싫어서 체육 시간이 싫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은 바로 체력 부족 문제로 이어진다. 실제 우리나라 10대 여학생 10명 중 7명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12년 조사). 남학생(46.5%)보다 훨씬 많은 비율이다. 여학생들도 체육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학교 내 위생시설을 갖춰 여학생을 포함해 모든 학생이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 특히 전문가들은 “이제 체육 수업에도 남녀 차이를 반영한 성인지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 송파구 가락고등학교 여자축구클럽 ‘발모아’ 팀원들이 축구 연습을 하고 있다.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서울 송파구 가락고등학교 여자축구클럽 ‘발모아’ 팀원들이 축구 연습을 하고 있다.
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지난 3월 19일 서울 송파구 가락고 운동장에는 여학생 12명이 모여 있었다. 학교 스포츠 클럽 중 하나로 운영 중인 축구클럽 ‘발모아’ 팀원들이다. 인조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30분간 패스 연습을 하고 팀을 나눠 실전 연습도 했다. 이곳 운동장의 주인공은 남학생이 아닌 여학생이었다. 팀 창단 때부터 활동해온 3학년 임예지(17)양은 “중학교 때는 체육 수업도 싫고, 축구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고등학교에 와서 해보니 실력이 느니까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며 “저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축구나 농구는 남학생 운동이라는 생각으로 할 생각도, 접할 기회도 없었는데 그것이 체육 수업과 멀어지는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2학년인 유화정(17)양도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여자도 축구하냐”는 소리였을 만큼 ‘여자는 체육을 싫어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한데,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그만큼 고정관념도 사라질 것”이라며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셔틀런(왕복 달리기)이나 규칙도 복잡하고 흥미를 느끼기 어려운 농구나 배구로만 구성된 교과 내용도 좀 더 재밌고 쉬운 것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육을 싫어하던 여학생을 학교 스포츠 클럽 활동으로 바꾸어 놓은 것은 지도 교사인 이정미씨의 노력 덕분이다. 그는 “여학생은 축구 같은 팀 스포츠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데, 접할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경험해보면 좋아하고 즐기는 아이들이 많다”며 “하지만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여자는 여성스럽지 못하다고 하는 성별 고정관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여학생들이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놓지 않고 체육 수업 시수만 늘리다보니 강사 확보, 업무 과중, 위생시설 부족 등의 문제점이 많다”며 “무엇보다 여학생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자신감 제고, 스트레스 해소 등 운동의 긍정적 효과를 알리면서 선입견을 깨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학생 체육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인천 연수구 연수중 노수신 교사는 무엇보다 교사들이 ‘성별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체육 시간이면 남학생들은 축구화를 준비하지만 여학생은 선크림과 거울을 준비한다. 피구를 해도 학생이 공에 맞아 쓰러지면 남학생은 경기의 일부로 생각하고 계속 경기를 하지만 여학생은 당장 경기를 멈추고 친구가 다치진 않았는지 살펴본다”며 남녀의 사회적인 성별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무더운 여름 운동을 하고 땀을 흘려도 마땅히 씻을 샤워장도 없고, 젖은 옷을 갈아입을 탈의실도 없는 환경에서 여학생들에게 무조건 운동장에서 뛰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문제도 답도 학교에 있다. 인프라 확보와 함께 여학생과 남학생의 다름을 이해하고, 수업에 킨볼이나 플로어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임옥 연수중 교장도 “노 교사의 제안에 따라 올해 플로어볼을 도입하는 등 여학생들이 체육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인성을 기를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인지적 관점에서의 청소년 건강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체육 수업의 내용과 평가 항목, 기준 등으로 남녀 학생들을 차별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실제 남녀 학생들의 신체적 차이와 학습 수준의 차이, 활동량의 차이 등 ‘차별’이 아닌 남녀의 서로 다름, 즉 ‘차이’를 인정하고 성별에 맞게 체육 수업을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