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 손미경 활동가

“‘어머니’의 마음으로 환경운동을 했죠. 후대에 물려줬을 때 떳떳해야 하니까요. 아이들의 지속적인 행복. 그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 손미경 활동가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 손미경 활동가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 활동가 손미경(50·사진)씨는 15년차 ‘주부 환경운동가’다. 주부가 하는 환경운동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12일 오전 서울 종로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환경에 관심이 없었어요. 처음에는 친구가 ‘공해반대시민운동협의회’ 간사여서 호기심에 따라왔었죠. 되짚어보면 그것이 시작이었네요. 스물여덟에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5년 쉰 걸 제외하면 꾸준히 했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 운동을 하는 자세가 달라졌어요.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더라고요.”

여성위원회는 1980년대 후반 ‘공해 추방을 위한 여성교육’(공해반대시민운동협의회 주최)을 이수한 주부들이 모여 공해 문제를 ‘주부’의 시각에서 해결하기 위해 창설됐다. 사회적으로 ‘주부’와 ‘어머니’의 위치를 함께 가지고 있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화학조미료 대신 천연 조미료 쓰기, 반핵 운동, 합성계면활성제가 들어가지 않은 비누 사용하기. 여성위원회가 한 일은 소소하지만 큰 힘을 발휘했다. 꾸준히 했기 때문이다. ‘작지만 꾸준함’ ‘생활 속 작은 실천운동’ 그 힘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그는 ‘일회용 쇼핑·비닐 봉투 없는 매장 확산’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장바구니 인센티브제’를 위해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 찾아가 요구했다. 애로 사항도 많았다. 매년 출구조사를 하고 각 백화점을 직접 방문했다. 엄마들의 힘은 강했다. 20원으로 시작한 장바구니 인센티브는 개당 50~100원으로 늘었다. 환경부와 대형 마트, 여성위원회는 ‘자율실천협약’을 맺었다. 짚, 비즈, 헌옷 등으로 만든 장바구니 전시회도 수차례 열었다.

“평소에 장바구니를 든 사람들뿐만 아니라 테이크 아웃점에서 쓰는 일회용품을 관심 있게 봐요. 점심시간에 나오는 직장인들을 보면 텀블러를 들고 다녔으면 좋겠다 생각하죠. 조금만 생각을 전환하면 세상이 바뀔 텐데… 아쉬워요.”

엄마의 환경운동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고2 딸은 환경운동연합 내 환경동아리 ‘푸른 소리’에서 활동해요. 가까이 있는 가족들이 동참하니 뿌듯해요.”

여성위원회는 전업주부들이 대다수다. “주부들이 사회와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아요. 환경운동을 하면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할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조직화해서 낼 수 있죠. 환경을 매개로 삶을 ‘리모델링’ 한다고 할까요.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해요.”

여성 환경운동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풀면 더 명확해지는 부분이 있어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의 생명을 돌보며 미래 세대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여성의 임무와도 일맥상통합니다. ‘모성 생태’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15년 동안 했으면 그만 쉴 법도 하다. “오히려 환경은 전보다 더 나빠지고 있어요. 그런 것을 보면 너무 쉬엄쉬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일을 좀 더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을 늘 꿈꿔요.” 그녀에게서 진정한 환경 사랑이 풍겨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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