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3000만 명을 넘은 지 오래고 올해 말이면 4000만 명 시대를 맞이한다. 스마트폰은 이제 단순한 통신수단이 아니다. 우리네 삶을 온통 변화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버스 도착 시간을 확인하고 주변의 맛집을 검색하며 영어 공부에 활용하고 선물도 구입한다. 기차나 버스의 예매는 물론이고 은행 업무도 본다. 스마트폰이 우리 몸의 일부가 되면서 소비자들의 일상이 점점 스마트해지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한 세상은 생활의 편리함뿐 아니라 그에 따른 부담도 함께 제공한다.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피싱, 파밍, 스미싱 등 신종 사기 수법으로 인한 금융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피싱(Pishing)이란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에 거짓 홈페이지 주소를 보내, 접속을 유도하고, 개인 금융 정보를 입력하도록 만든 뒤 유출하는 수법을 말하며, 파밍(Pharming)이란 사용자가 웹 브라우저에 정확한 웹 페이지 주소를 입력해도 가짜 웹 페이지에 접속되게 만들어 개인정보를 빼내는 방식을 뜻한다. 스미싱(Smishing)이란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악용한 수법으로, 문자메시지의 인터넷 링크를 클릭하면서 악성코드에 감염돼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방식을 말하는데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이다. 이 같은 신종 수법으로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이용으로 삶의 편리함을 누리기는 하지만 스마트폰이 지니는 위험과 불안도 함께 경험하고 있다.

스마트한 세상에서 진정으로 스마트한 소비자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소비자로서 가지는 소비자 권리를 제대로 이행하고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안전한 소비생활을 위해 권리를 주장해서 법적·제도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또한 소비자 문제와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올바른 소비자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끝없이 빠른 속도를 지향하며 인터넷 서핑, 아이팟, 휴대전화, 비디오게임, 스마트폰 등에 둘러싸인 전자문명의 네트워크 속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사색’해보는 일이다. 우리는 인터넷, 트위터나 페이스북,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와 끊임없이 접속을 시도한다. 항상 타인들, 그리고 세계와 접속하면서 삶을 꾸린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접속이 이루어지고 있는 스마트한 세상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속도와 의식을 찾는 노력이 스마트한 소비자가 되는 충분조건이다.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의 저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결국 외로움으로부터 멀리 도망쳐 나가는 바로 그 길 위에서 당신은 고독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 당신이 놓친 고독은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집중하게 해서 신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며 창조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이기도 하다”며 사색하고 시간적 여유를 가지는 고독을 즐기라고 말한다. 무한의 속도에 현혹되지 않고 삶에 있어 우선순위를 정하고 바람직한 삶에 어울리는 속도를 찾는 일이 스마트한 소비자가 되는 선행조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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