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 관련 문제는 교육 아닌 정치문제

각급 학교 입학식이 끝났다. 새내기로 가득한 교정은 싱그러움으로 넘쳐나야 할 텐데 교육 현장을 생각하면 뭔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앙금이 남아 있는 듯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육문제를 둘러싸고 온 국가가 시끌벅적하더니 요즘은 대선 정국에서조차 반값 등록금과 선행학습 금지 등 사소한 문제 몇 가지를 제외하고 교육 관련 이슈는 세인의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했다. 그동안 그 많던 교육 관련 문제들이 모두 해결이라도 됐다는 것인가?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우리가 과거 10여 년 동안 외쳐왔던 교육 관련 이슈들을 열거해보기로 하자.

높은 사교육비, 대입 입시지옥, 학원가가 몰려 있는 강남지역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 조기유학 열풍, 고교 평준화 폐지 문제, 공교육 붕괴, 반값 등록금 문제, 선행학습 문제. 이 중에 해결 또는 완화된 것은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와 조기유학 열풍뿐이라고 볼 수 있다. 노무현 정권 초기에 강남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그 원인이 학원가가 몰려 있는 강남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학부모의 이주 수요 때문이라고 생각한 정부가 판교에 대규모 학원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강남 부동산 열풍을 잠재운 것은 판교의 학원단지가 아니라 종부세 도입과 다주택 소유자 양도세 중과, 그리고 부동산 취득세율 인상 등과 같은 부동산 투기 근절 정책이었다. 이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다 못해 침체 상태에 빠지니까, 교육문제가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교육 현장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앞에서 열거한 교육문제의 요점은 대학 입시를 위한 과도한 경쟁과 고비용 저효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문제들은 과거 수년간 많은 전문가와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이 머리를 싸매고 해결책을 모색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이 문제들이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에 관련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목적이 잘못되어 있는데, 목적은 개선하지 않고 수단만 바꾸게 되면 계속해서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마치 두더지 잡기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제 교육의 수단에 대한 논의에서 교육의 목적에 대한 논의로 시선을 바꿔야 한다. 목적이 달라지면 수단은 자동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육의 목적은 국가적 차원에서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인재를 기르고 개인적 차원에서 인격의 도야를 실현하는 것과, 다른 한편에서는 오늘날 우리나라처럼 국가의 경제발전을 실현하고 개인의 출세와 성공을 도모하는 것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현실 속에서 이 두 가지 목적은 어느 정도 공존한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첫째 목적보다는 둘째 목적이 과도하게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국가는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개인들은 기를 쓰고 좋은 학교에 들어가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로운 사회와 복지국가를 실현하여, 학벌 대신 능력에 따라 출세를 보장하고, 경쟁에서 처진 사람을 구제한다면, 교육 목적의 중점을 둘째 목적에서 첫째 목적으로 옮기는 일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만일 올바른 인재를 키우고 훌륭한 인격체를 완성하기 위해 전 재산을 투자하고 맹모처럼 삼천지교를 한다한들 무엇이 문제일 것인가? 우리나라의 교육 관련 문제는 교육문제가 아니라 정치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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