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 가수로 살아온 역경과 꿈 고백한 ‘딸에게’… 강원도에 다문화 대안학교 설립도
“가족 생계 책임진 ‘키 작은 장군’ 엄마의 뒷모습 보며 걸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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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 내가 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이었어. 어쩌면 내가 이루려 했던 것 역시 명성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 다만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것 자체가 행복했던 게 아니었을까. 그게 아니라면 무엇이 좋아서 그렇게 처절하게 노력했을까. 이제는 무대를 내려와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을 많이 발견했다. (중략) 나는 아마 매번 성공할 수는 없더라도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사람이 되겠지.”

가수 인순이(본명 김인순·56·사진)에게 올 한 해는 특별하다. 데뷔 35주년을 맞아 가을에 전국 순회 기념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고, 지난해 가을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에 입학, 처음으로 떨어져 살게 된 딸 세인이에게 가슴속에 담아둔 얘기를 모아 책으로 출간했다. ‘딸에게’(명진출판)란 단순 명료한 제목의 책은 엄마와 딸 사이의 사랑과 신뢰, 파트너십을 넘어 혼혈아이기에 스스로 “100% 대한민국 사람이 될 수 없는” 숙명을 타고난 인순이가 자신과의 싸움, 사회적 통념과 역경을 딛고 최고의 가수로 우뚝 서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또 다른 도전을 향한 꿈을 나지막하지만 솔직한 목소리로 얘기하고 있다. 이제 그는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4월쯤 강원도 홍천군에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열 계획이다. 단순히 돈을 대는 차원을 넘어 틈틈이 아이들과 텃밭도 가꾸고 김장도 담그고 대화하면서 실질적인 교장이자 멘토 역할을 할 것도 단단히 결심하고 있다.

지난 2월 13일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앞 한적한 카페에서 만난 인순이씨는 “어제서야 세인이에게 책을 보내고 난 후 궁금해 죽겠다는 그 아이의 평가를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말부터 했다. 아련한 분홍빛을 띤 따뜻한 자몽차를 앞에 하고 그와 나눈 대화는 엄마와 딸이라면 한 번쯤 느껴봤음직한 평범한 얘기부터 눈시울이 붉어지는 가슴 울리는 얘기까지 디바의 화려함 이면의 다양한 얘기들이었다.

엄마 임종도 놓치며 고군분투

 

딸 세인이와 함께한 엄마 인순이.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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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는 1978년 희자매로 데뷔, 희자매 해체 후에도 열정적으로 독자 활동을 지속해 총 17장의 정규 앨범을 내며 한국 최고의 디바로 자리매김했다. 나이테를 더해갈수록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하며 존경을 받고 있다. 누군가 ‘인순이’가 톱 브랜드인 것은 “좋아하는 일을 죽어라 열심히 하기 때문”이라 했다지만 그 간단한 문장의 행간에 숨어 있는 그의 노력과 희생은 상당했다.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혈관종이란 병을 앓고 있는 네 살배기 딸을 남겨둔 채 무대에 올라 “제가 갈 때까지 우리 딸 잘 지켜주세요”라고 염원하며  노래를 불러야 했고, 어머니가 수술대에 오른 그 시간에 후배 가수 조피디와 함께 부산에서 ‘친구여’라는 신곡 발표를 강행해야 했다. 후에 그는 그때 일을 회고하며 “서울에 심장 반쪽을 두고 (부산에) 내려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38세 늦은 나이에 결혼해 딸을 낳고,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그리고 디바로 발돋움하고… 쉴 틈 없이 달려온 그의 삶을 지탱해준 것은 그가 취미 삼아 즐겨 그리던 ‘우산’과 ‘거위’가 아니었을까.

“딸에게 우산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우산은 내게 나만의 세계, 사랑하는 사람 외엔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을 의미하지만, 또 우산을 같이 쓰는 사람, 내 우산 안에 들여놓는 사람은 언제고 나와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 아니겠어요? 날지 못하는 거위들에게도 우산은 버팀목이 될 수 있죠. 장우산을 겹겹이 쌓아놓으면 그걸 밟고 올라가 도약할 수 있잖아요. 필요하면 딸이 밟고 오를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어요.”

그는 “세인이로 인해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됐고 사는 목표가 달라졌다”며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딸을 가졌을 당시엔 “혹시 아이가 나를 많이 닮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자라면서 받은 상처가 생각나서였다. 그는 결국 “경계에 서 있는” 숙명을 지닌 딸을 위해 미국으로 원정 출산을 감행했다. 그의 노래 ‘딸에게’의 끝머리인 “세상이 널 속여도 등을 돌려버려도 너의 편이 되어줄 한 사람 내가 여기 서있으니 내가 여기 서 있으니”엔 딸이 자신처럼 ‘이방인’의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히 배어 있다. 지금은 “나도 엄마처럼 내 일을 하며 당당하게 살고 싶어요. 우리 엄마지만 정말 멋지잖아요”라며 엄마를 서슴없이 자신의 멘토로 꼽는 딸이지만 그와 딸의 사이가 늘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함을 느끼게 하던 딸이 사춘기를 맞더니 어느새 눈길을 피하고 “몰라”란 말로 대화를 회피하곤 했다. 이런 상태로 1년이 흐르자 그는 결국 폭발했다. “대체 내가 못 해준 게 뭔데? 너 나한테 왜 이래?”라고 소리치며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져 컴퓨터가 부서지고 굉음이 울렸다. 결국 딸의 작은 침대에서 한데 부둥켜안고 울면서 감정의 앙금을 털어냈다. 그리고 다음 날 가슴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딸에게’란 노래를 녹음했단다. 

“우리 모녀를 보고 친구 같다고 비결이 뭐냐고 하는데, 굳이 꼽자면 방목 스타일로 아이를 기른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얘기는 많이 하는데, 심각하고 중요한 얘기보다는 매번 그때그때 느끼는 것들을 흘러가듯 서로 말하곤 하죠. 엄마와 딸은 참 묘한 기류가 흐르는 사이예요. 무척 가까워 할 말 못 할 말 다 하는, 그래서 애증이 있지만, 없으면 누구보다도 더 그리워하는 그런 사이죠. 어찌 보면 서로 믿으니까 더 싸우게 되는 것 같아요. 못되게 굴어도 엄마는 날 결코 버릴 수 없을 거다, 뭐 이런 믿음이죠.”

그는 자신이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묵묵히 삶을 걸어왔다”고 말한다. 그에게 어머니의 뒷모습이 뜻하는 것은 강인함과 무거운 책임감. 

“5년의 슬럼프가 지금의 나 만들었어요”

그는 책에서 “엄마는 키 작은 장군”이라고 회상한다. 아버지가 부재한 집안에서 실제적인 가장으로 친정 부모와 삼촌네, 두 딸까지 11명의 식구를 먹여 살리느라 바깥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도 밤 늦게까지 바느질을 하며 일감을 손에서 떨어뜨려 본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고, 딸이 다른 애들에게 놀림을 당해 울고 들어오면 “뭐가 걱정이야, 엄마가 옆에 있는데”란 말로 딸의 응어리를 눈 녹듯이 녹여주곤 했다고 한다. 

“우린 으레 엄마가 자식을 지켜줘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엄마를 보호해줘야 한다는 생각은 잘 못 해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느 때가 되면 자식과 부모의 자리를 바꾸어 놓아야 할 때가 오죠. 2005년 70대 중반의 나이에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내가 그걸 못 했다는 생각에 지금도 가슴이 미어져요. 그래서 내 노래 ‘아버지’에 나오는 ‘부디, 사랑한다는 말을 과거형으로 하지 마십시오’라는 대목은 내 고백이기도 해요. 엄마가 1년 반을 코마로 꼼짝 못하고 병상에 누워 계셨는데도 엄마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더구나 예정된 공연 스케줄 때문에 엄마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죠. 엄마도 나도 생존을 위해 워낙 앞만 보고 달려서 그런지 서로 빰을 비빈다든지 살가운 말을 한다든지 그런 것을 못 했어요.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난 우리 딸이 이런 후회를 안 하도록 내가 먼저 다가가 안아주곤 합니다.”

그는 곧 모습을 드러낼 홍천의 대안학교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다. ‘비 온 뒤 맑은 하늘’이란 뜻의 ‘해밀’로 이름 지은 학교의 개교식에 울려 퍼질 교가도 신곡으로 준비했다. 교가 ‘Don't give up’(포기하지 마세요)은 “가끔은 힘들 때도 있겠지만 나 괜찮아 난 할 수 있어 포기란 없어 내 인생은 내 거니까”로 시작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말 “하쿠나 마타타”(스와힐리어로 ‘문제없다’는 뜻) 격려를 담뿍 반영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생각하게 된 것은 10년 전부터예요. 사십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무대에 남아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신기하고 감사해 무엇인가 사회를 위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버이날이 되면 노인들을 돕고, 성탄절이 되면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식으로요. 그러다가 우연히 라디오 방송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고교 졸업률이 28%밖에 안 된다는 뉴스를 듣고 이게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학교 설립을 준비했어요. 내가 그들과 같은 길을 우리 사회에서 걸어왔기에,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그들을 인도하고, 때론 야단친다 하더라도 내 말을 완전히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이 있었죠. 아이들이 쓸 교재와 학용품 등을 준비하며 가슴 설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그의 어머니는 생전에 늘 “넌 한국 사람이야” 말해주곤 했지만 스스로는 뿌리부터 한국인인 엄마가 절대 알 수 없는 외로움과 혼란을 느끼며 자랐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체험을 들어 가까운 미래의 제자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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