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역량 바탕으로 ‘젠더’ 겸비하면 경쟁력 있어
생색 안 나는 일도 끝까지 책임지며 신뢰 얻어야
LG CNS 품질개발센터장인 김명원(48) 상무는 “강한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섬세하고 따뜻한 배려가 지금의 나를 만든 강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임원 자리에 오른 김 상무는 조직에서 관리자가 아닌 IT 전문가로 성장했다. 품질경영센터의 전신인 소프트웨어공학센터를 이끌며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던 그는 “자리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으로 금융사업부에 자원해 현장으로 갔다. IT솔루션을 적용하는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돌아온 그에게 주어진 것은 임원 자리였다. 유리천장을 뚫은 그의 무기는 탄탄한 실력과 여성성이었다.
김 상무는 “과거에도 남녀는 평등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지만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남자들과 똑같아지려고만 했었는데 ‘다름’을 인정하면서 오히려 남자들뿐인 조직에서 벽을 허물고 조금 더 쉽게 다가가게 됐다”고 했다. 그의 생각을 뒤바꿔버린 계기는 이화리더십개발원에서의 교육이었다. 2003년 회사의 추천으로 이화리더십개발원 정규리더십과정을 수강하면서 처음으로 ‘다양성’의 중요성을 경험했다고.
“다른 리더십 교육기관에서도 지식과 트렌드는 가르쳐줘요. 하지만 ‘다름’을 지식이 아닌 마음으로 느낀 것은 이곳에서 처음이었어요.”
김 상무는 이 경험을 계기로 ‘여성성’을 내세워 남성 중심적인 영업 현장을 이끌기 시작했다. 술자리 없이도 아줌마 특유의 ‘수다’로 남성들과의 벽을 허물고 동료와 고객사에 감사의 손 편지와 직접 찍은 사진을 선물하는 등의 ‘섬세함’으로 신뢰도 얻었다.
하지만 리더가 되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김 상무는 “리더는 사람을 육성하고, 조직원이 일하게끔 동기를 유발하고, 조직과 조직을 엮어야 한다. 조직원과 조직의 성과를 상부에 보고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도 “그렇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조직원 한명 한명에게 신뢰와 진정성으로 다가갔고, 지금은 느리지만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지금의 작은 변화가 조만간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물론 일에서 성공한 그에게도 육아는 여전히 난제다. 두 아들을 키우는 김 상무는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학교에 거의 가보지 못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 엄마는 바쁜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해주는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라면서도 “아이들 문제로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성공한 여성 임원으로서 임원을 목표로 하는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생색나지 않는 일이라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