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국극’의 부활을 꿈꾸다
‘여성국극’의 부활을 꿈꾸다
  • 김남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3.02.08 10:18
  • 수정 2013-02-08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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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 최고 인기 누렸지만 쇠퇴의 길로
‘가부장적 국가 만들기’의 희생양
전문가·원로들 “전통문화로 보존해야”

 

1950년대 여성국극 ‘여의주’의 한 장면.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1950년대 여성국극 ‘여의주’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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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에 ‘여성국극’의 인기는 말 그대로 ‘상상초월’이었다. 원로 조영숙씨의 말을 빌리자면 “관객이 구름처럼 몰려와 자루에 돈을 쓸어 담고 발로 밟던” 때였다. 당시 최고의 남장 배우였던 고 조금앵 선생이 팬이었던 여고생의 간곡한 청으로 가상 결혼식을 올린 일화도 유명하고, 남장 배우들과 연인 사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비관한 나머지 자살한 여성 팬도 여럿이었을 정도다. 그러나 고작 반세기 만에 일 년에 한두 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형편으로 전락했다. 제대로 된 전수기관이나 상설 단체도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성국극의 부활은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국극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했다.

여성국극은 판소리 등의 국악과 창극이라는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여성만이 출연하는 대중적인 공연예술로 서민들의 애환과 정서를 담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48년 명동 시공관에서 공연된 민족오페라 ‘옥중화’를 효시로 본다. 이후 ‘햇님과 달님’ ‘견우직녀’ ‘호동왕자’ 등의 히트작과 함께 김소희, 김진진, 박귀희, 박녹주, 임춘앵, 조금앵 등의 스타를 배출했다. 1965년 이후로는 영화나 TV 등 미디어의 유입으로 인해 쇠퇴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여성국극은 노래, 기악, 춤, 연기, 무대의상, 소도구, 이야기, 구성 방법까지 한국 전통 문화언어를 총체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공연물이다. 여성국극의 배우로 활동했던 김을동 국회의원(새누리당)은 “여성국극이 오늘날 옛것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예술 정도로만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 안타깝다”며 “문화상품화의 가능성이 큰 소중한 문화유산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여성국극의 재건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여성국극이 쇠퇴한 데는 일정 부분 국가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한상일 동국대 한국음악과 교수는 “정부로부터 보존 육성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쇠퇴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쟁 종전 이후 전통문화를 보존하겠다고 실시한 주요무형문화재 제도의 수립과 각종 국립단체 설립에서 여성국극이 철저히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여성 문화인들에 대한 소외와 배제”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여성국극에 대한 다큐멘터리영화 ‘왕자가 된 소녀들’을 제작한 김혜경 감독은 “전쟁이 끝나고 사회를 재건한다고 하면서 가부장적인 국가 만들기를 시작했다. 이런 시대 상황에서 여성만으로 이뤄진 연극이라 더 박해를 당한 것”이라며 “당시 언론들도 남녀 간 사랑을 다루는 데 여장 남자가 나온다고 동성애 어쩌고 하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인기에서 밀리고 역사에서 사라진 것뿐 아니라 ‘사이비’라는 불명예까지 얻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의 ‘월극’과 일본의 ‘다카라스카’ 등 아시아권의 여성공연 장르가 건재한다는 사실은 여성국극에도 희망이다. 특히 일본 오사카 근교의 다카라스카시를 간사이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지로 거듭나게 한 가극 ‘다카라스카’의 사례는 기업과 지역 전통문화가 만난 성공 사례다. 가극단의 모회사인 한큐 철도회사는 1913년부터 도심에서 벗어나 여가를 즐기려는 여객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카라스카의 문화상품들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이 지역을 관광도시로 탈바꿈시켰다. 관광과 전통문화 보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 여성국극 원로배우인 김진수씨는 “여성국극이 국악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난날 여성국극 전성기 때 불러 모았던 엄청난 관객의 호응에서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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