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명절이란 단어가 ‘증후군’화 되어버린 것이. 분명히 어린 시절 명절의 추억은 맛있는 음식,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 비상금 역할을 해주던 세뱃돈 등으로 손꼽아 기다리던 시간이었는데 결혼을 기준으로 모든 것이 달라져버린 듯하다. 유난히 손이 많이 가는 명절음식 준비, 끊임없는 설거지, 선물 준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 지독히 개인적 영역이라 여겨졌던 부분에 대한 과도한 관심 등. 이런 것들이 함께 뒤섞이면서 명절은 잘 풀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가족마다 지니고 있는 의례를 통해 고유한 가치와 신념을 학습하고 ‘한 가족’이라는 소속감과 일체감을 갖게 된다. 또한 ‘우리 가족’을 구별 짓는 정체성을 공유함으로써 가족 내에 존재하던 갈등을 풀어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질 수 있다. 더욱이 새해 첫날을 의미하는 설날은 멀리 떨어졌던 가족이 함께 모이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이제 다가오는 설날부터는 스트레스는 줄이고 순기능은 살리는 행복한 명절을 기대해 보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혼 여성을 중심으로 한 명절 준비에 모든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일이다. 명절 준비가 여성의 몫이라고 하지만 따져보면 여성이 아니라 기혼 여성의 부담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명절 스트레스를 느끼는 쪽은 기혼자에 국한되어 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명절 준비에서 제외돼 왔던 남성들의 참여가 필수적인 것 이외에도 상대적으로 성적과 취업 등을 이유로 열외를 계속 인정받아왔던 자녀세대에 대한 동참 요구도 필요하다.

혹시 미혼 남녀에게 명절이란 주말을 붙여 해외여행을 시도해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와 동의어가 아닐까? 명절의 의미가 온 가족이 함께 나누는 시간과 활동에 있다면 자녀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부터는 명절 준비 과정에 아버지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참여도 시도해보도록 하자. 아들, 딸과 함께 온 가족이 함께 장을 보고 전을 부치고 함께 설거지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어린 초등학생이라면 조부모의 삶을 묻고 이를 일기에 써보는 것도 좋은 시도다. 모두가 함께 준비하고 함께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 가족이라는 감정적인 유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가족 명절은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원 모두의 참여와 역할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다. 

함께 즐기는 명절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명절에 서로가 나누는 관심의 표현이다. 새해 첫날을 맞아 서로에 대한 덕담을 하는 것은 좋지만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내가 먼저 규정짓고 틀을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관심일 수 있다. 모름지기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한 법이다. 결혼한 신혼부부에게 임신과 출산에 대한 언급이 관심인지 강요인지, 졸업을 앞둔 대학생 조카에게 취업에 대한 질문이 얼마나 큰 부담인지 한번쯤 생각해보고 덕담을 건넬 필요가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 한번쯤은 세상의 잣대로 나의 삶을 재단하려고 하는 시도가 불편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함께 즐기는 명절이란 남성이건 여성이건, 미혼자이건 기혼자이건 모든 가족원이 다 함께 참여해서 준비하고 나누는 명절이어야 한다. 또한 단순한 역할 배분을 넘어 진정으로 그 시간을 함께 즐기려면 각자의 고유한 영역을 존중해주는 배려가 함께해야 한다. 명절에 나누는 유대와 친밀감은 그저 같은 시간과 공간의 공유를 통해서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배려와 위로를 통해 획득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한 집안인 동시에 각기 다른 가족인 셈이고, 한 가족인 동시에 독립성을 갖는 개인이다. 이번 명절은 함께할 수 있어서 즐겁고 서로 배려받을 수 있어 편안한 그런 명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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