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작 16편 중 8편이 여성 감독 작품… 여성영화의 ‘루키’ 배출
선댄스영화제는 저예산 영화와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으로 상업영화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한 수작들을 발굴하는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올해 선댄스영화제의 화두는 여성 감독. 총 16편의 국내 극영화 경쟁부문 진출작 중 여성 감독의 영화가 8편으로 절반을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선댄스의 이 같은 행보는 칸이나 아카데미 등 기존의 유명 영화제들이 여성 감독을 외면해 비판을 받은 것과 대비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21일 영화제 현장에선 여성 영화인에 대한 연구 보고서인 ‘여성 독립영화 제작자들을 위한 장벽과 기회 탐구’의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감독, 작가, 제작자, 촬영감독, 편집자 등 영역별로 여성 영화인들의 커리어를 추적하고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계 내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장벽과 차별을 고발했다.
선댄스영화제는 독립영화축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선댄스 심사위원 대상 출신으로 일약 스타 감독이 된 ‘비스트’의 벤 제틀린 감독의 예에서 보듯 그 파급력이 작지 않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여성영화 감독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국내 극영화 부문 감독상을 수상한 질 솔로웨이 감독의 데뷔작 ‘애프터눈 딜라이트’(Afternoon Delight)는 남편과 아이, LA 교외의 아름다운 집 등 모든 것을 다 가진 주부 레이첼이 삶의 변화를 위해 남편과 함께 스트립 클럽에 방문했다가 스트립 댄서 매케나에 흥미를 느끼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와 가족과 같이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스테이시 패슨 감독의 데뷔작인 ‘뇌진탕’(Concussion) 또한 주부가 주인공. 남부럽지 않은 삶을 누리던 평범한 주부 애비는 아들이 던진 야구공에 머리를 맞은 것을 계기로 새로운 욕망을 찾아나서고 가정과 레즈비언의 삶이라는 아슬아슬한 이중 생활을 시작한다.
다큐멘터리 부문의 수상작 목록에선 여성 감독들이 참여한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 눈길을 끌었다.
국내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미국의 약속’(American Promise)은 미국의 두 흑인 가정을 12년 동안 관찰하며 아들의 교육을 통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외에도 2011년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에서의 민주화 시위를 통해 이집트 젊은이들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담은 제핸 누젬 감독의 다큐멘터리 ‘광장’(The Square)이 월드시네마 다큐멘터리 부문 감독상을, 지난 한 해 러시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여성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엇’ 사건을 다룬 ‘푸시 라이엇’(Pussy Riot·A Punk Prayer)이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