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동심에 빠지다

새해 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MBC의 ‘아빠 어디가’는 최근 부진했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구원투수다. 스타와 스타 자녀들의 오지 여행기를 다룬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시골 적응 과정을 그대로 전하며 청정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육아 지식은 많지만 배운 대로 잘 안 되는 아빠 김성주와 의젓한 울보 큰형 민국, 철부지 젊은 아빠 윤민수와 씩씩한 로맨티스트 윤후, 방임형 아빠 이종혁과 4차원 개구쟁이 준수, 엄격한 무서운 아빠 성동일과 의젓한 준, 그리고 딸바보 송종국과 홍일점 귀염둥이 지아가 출연한다. 첫 방송부터 훈훈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며 3회차 시청률이 9.9%(닐슨코리아·전국)를 기록하는 등 두 자릿수 돌파를 목전에 뒀다.

바쁜 스케줄로 아이들과 일상을 보내기 쉽지 않은 연예인 아빠들이 천방지축 아이들과 살을 맞대고 깊은 대화를 나누며 어우러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특히 첫 여행을 떠나던 날 아이에게 호통치던 모습만 보여주던 성동일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열 살까지 부모님과 떨어져 자랐던 경험을 고백하며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내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 싶다”고 말해 콧날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그는 최근에는 아이에게 뽀뽀와 스킨십을 퍼부을 정도로 살가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타 자녀 출연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붕어빵’을 방영하고 있는 SBS는 이번엔 아이들의 정글 탐험이라는 기획으로 ‘정글의 법칙K’를 탄생시켰다. 2월 11일 설 특집으로 방송될 예정인 이 프로그램은 ‘정글의 법칙’의 어린이 편이다. ‘붕어빵’에 출연 중인 이정용의 아들 믿음, 염경환의 아들 은률, 정종철의 아들 시후, 박남정의 딸 시은, 조혜련의 아들 우주가 필리핀 마닐라 좌충우돌 정글 체험기를 펼칠 예정이라 기대를 모은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이 비문명권의 자연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문명에 익숙한 엄마와 아빠가 아이와 함께 정글 생활에 무사히 적응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예능에 불고 있는 ‘키즈’의 반란은 오디션도 예외가 아니다. 케이블 채널 Mnet ‘엠넷 보이스 키즈’(이하 엠보키)는 만 6세부터 14세까지 참여하는 국내 최초 키즈 보컬리스트 발굴 프로젝트로 음악에 꿈과 실력을 갖춘 어린이들이 맘껏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어린 참가자들이 치열한 당락 싸움을 성인 못잖은 열정으로 치러내고, 탈락 후에도 담담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꿈을 꾸는 아이들에 윤상 등 멘토들의 진지한 조언과 따뜻한 격려가 더해진 ‘엠보키’는 이제 ‘힐링 오디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카메라 속으로 들어온 아이들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아이들을 연예인화 시키는 분위기도 어른들이 범하는 잘못 중 하나다. ‘엠보키’의 경우 초반 아이들끼리 경쟁을 붙이는 오디션이라는 포맷도 우려의 대상이 된다. KBS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박찬민 아나운서의 딸 박민하는 아역 문메이슨과 ‘열애설’에 휩싸여 이를 방송에서 해명했다. 사생활까지 일거수일투족 관심사가 되는 예능 프로그램 풍조에 주부 시청자들의 걱정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진지하게 말하면 제작진의 윤리의식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