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6일 인도 뉴델리에서 발생한 여대생 집단 성폭행 사망 사건으로 인도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촉발된 후 유사한 성폭행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시위가 연일 확산일로에 있다.

시위의 직접적인 원인은 잇단 성폭행 사건에 대한 대책 마련이지만 현지 인권 활동가들은 시위를 인도 정부의 부패와 무능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IT 강국인 인도에서 젊은 세대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시위를 조직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있어 반정부시위의 성격을 띤 이들의 움직임은 한동안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 인권활동가인 짐시 타사(Jimsi Tassar·29)씨는 “인도 전 지역에 강간 사건이 너무 많다”며 “이번 시위는 성폭력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타사씨에 따르면 뉴델리 여대생 성폭행 사건의 경우 치안을 담당해야 하는 경찰과 국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함에도 피해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의 공분을 샀다고 한다.

인도 대륙 전체로 번지고 있는 이번 시위는 아시아 인접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웃 국가인 네팔에서도 최근 정부의 부실한 성폭행 사건 처리로 시위가 일어나 인도  시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여대생 집단 성폭행 사건 발생 이후 유사한 성폭행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달 11일 인도 북부의 펀자브주에서 20대 여성이 버스에 탔다가 버스 운전사를 포함한 7명의 남성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14일에는 인도 동부 웨스트벵갈주에서 뉴델리행 기차에 탑승한 30대 여성이 속이 좋지 않다며 중간에 내린 후 다음 날 하차한 곳에서 10㎞ 떨어진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반라 상태로 나무에 목이 매인 채 발견된 이 여성은 만취한 남성들에게 끌려가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5일에는 인도 고아주에서 7세 소녀가 고등학교 화장실에서 성폭행 당하는 사건이 보도됐다.

현재 인도 대륙 전역에서는 성범죄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으나, 뉴델리 여대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변호인과 일부 남성 정치인들이 ‘성폭행은 피해 여성 잘못’이라는 망언을 쏟아내 무리를 빚었다. 하지만 여성의 지위가 낮고 성폭행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인도에서 이 같은 생각은 많은 남성의 의식 수준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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