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사상 최장인 170일, KBS가 90일 넘게 파업을 이어가면서 MBC의 간판인 ‘뉴스데스크’가 단축 방송되고, ‘무한도전’(MBC)과 ‘1박2일’(KBS) 등 각 방송사의 대표 예능주자들까지 결방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와중에서도 안방극장을 점령한 드라마들도 있다. 외주 제작으로 비교적 파업의 영향을 적게 받아 전통적인 시청률 효자 장르로서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MBC ‘해를 품은 달(해품달)’과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굴당)’은 시청률 40%를 넘기며 ‘국민 드라마’라는 호칭을 얻기도 했다.
국민 드라마 등극한 ‘해품달’ ‘넝굴당’
올해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해품달’이다. 첫회 시청률 18%로 시작해 마지막회 42.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김수현을 ‘대세’로 등극시키기도 했다. 가상의 왕 훤(김수현)과 무녀 월(한가인)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퓨전 사극으로 시청자들의 상상을 극대화했고, 여기에 김수현, 한가인, 정일우 등 청춘 스타들의 활약도 판타지를 자극했다.
특히 KBS는 주말·가족 드라마계의 강자로서의 진가를 여실히 발휘했다. ‘넝굴당’과 ‘오작교 형제들’은 각각 평균 시청률 33%, 31%를 넘기며 상반기 전체 TV 프로그램 중 시청률 1, 2위를 나란히 꿰찼다. 현재 방영 중인 ‘내 딸 서영이’도 30%대를 넘기며 순항 중이다. ‘넝굴당’의 김남주는 똑 부러지는 말과 행동으로 ‘시월드’로 속병을 앓는 여성들을 대변하며 ‘국민 며느리’로 등극했다.
SBS는 ‘추적자’를 필두로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들을 많이 선보였다. ‘추적자’는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손현주, 김상중, 박근형 등의 중견 배우들의 연륜 있는 연기로 ‘웰메이드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드 뺨치는 추리물’이라는 호평을 받은 ‘유령’이나 고전 초한지를 샐러리맨 버전으로 재해석한 ‘샐러리맨 초한지’도 ‘로맨스 아니면 막장’이라는 드라마의 흥행 공식을 깬 의미 있는 작품들이다.
올해 드라마계는 케이블과 종편 드라마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케이블·위성채널인 tvN의 ‘응답하라 1997’은 전무후무한 바람을 일으켰다. 케이블 TV 자체 제작 드라마로는 역대 최고의 시청률(평균 7.5%) 기록은 물론, 1990년대 복고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밖에도 종편 채널인 JTBC는 양질을 자랑하는 드라마들을 꾸준히 생산해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배우 김희애가 사교육 열풍 속의 강남 주부로 열연한 ‘아내의 자격’, 방송작가 김수현을 앞세운 홈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를 비롯해, 정우성·한지민 주연의 ‘빠담빠담’, 60부작의 대하사극 ‘인수대비’ 등이 그것이다.
지상파 위협하는 케이블 예능의 활약
이에 반해 지상파 방송의 예능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MBC와 KBS의 잇단 파업과 함께, 유재석과 함께 예능 진행의 쌍두마차였던 강호동의 빈자리가 컸다. KBS ‘1박2일’은 멤버 교체를 통해 시즌2를 출범시켰지만 전성기 시절의 시청률을 탈환하지 못했고, MBC도 ‘무한도전’의 장기 결방과 ‘놀러와’의 시청률 하락으로 힘들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파업과 무관했던 SBS는 ‘런닝맨’을 새로운 예능 강자의 자리에 올릴 수 있었다.
지상파 예능들의 동반 침체 속에서 반사이익을 본 것은 케이블 채널이다. 예년만은 못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Mnet의 ‘슈퍼스타K4’가 로이킴 등의 신예를 낳으며 순항했고, tvN의 SNL코리아는 한국 방송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19금 섹시 유머와 통쾌한 정치 풍자를 중심으로 어른들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코드를 제시했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이밖에도 ‘코미디 빅리그’ ‘보이스 코리아’ ‘세 얼간이’ 등의 프로그램이 케이블을 넘어 지상파 프로그램들과 경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