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는 바깥 세상은 그저 동그란 하늘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다문화가족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실감하는 것 중 하나는 나를 기준으로 한 경험을 당연한 원리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많은 결혼이주 여성들이 느끼는 한국 사회에서의 어려움은 언어 소통, 빈곤, 혹은 국적 취득 등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수록 일상에서의 뿌리 깊은 편견에 대한 감수성이 커지게 되어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이주 여성들은 한국인의 사고방식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우리에게서 동그란 하늘이 전부라고 믿고 있는 우물 안 개구리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결혼이란 다른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하나의 공동체를 꾸려가는 과정이다. 결혼식을 올린다고 해서 성장 배경이 다른 두 사람이 저절로 상대를 이해하고 삶을 공유하게 되지는 않는다. 장기간의 교제 기간을 거친 커플의 경우에도 기능과 역할이 강조되는 결혼제도 안에서 갈등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단기간의 만남 후 부부로 맺어진 다문화가족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또한 부부 이외에 다른 가족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문화 차이, 언어 차이, 습관 차이, 성별 차이, 때로는 세대 차이까지 포함하는 간격을 좁혀갈 수 있다. 그런데 모국을 떠나올 때 한 번의 단절을 경험함에 따라 이를 극복하려는 준비가 상대적으로 더 되어 있는 여성들과 달리 이들을 맞이하는 한국 가족의 준비는 훨씬 부족한 편이다.

한국 생활 적응을 우려할 때 결혼이주 여성들에게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은 한국 음식 만들기와 한국어 습득이다. 사회 통합을 위한 한국어 습득은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이를 어떤 장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 가는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정체성과 지향의 문제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여성의 역사나 문화는 외면한 채 낯선 한국이라는 상황을 전제로 한국어를 교육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또 음식의 맛이란 중독과 각인을 통해 결정되는 것으로, 어린 시절에 주어진 미각의 자극과 반복적인 음식 섭취를 통한 습관 형성의 산물이다. 대부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바로 ‘어머니의 손맛’인 것이다. 아열대 기후로 집안에서 불을 피우는 요리가 익숙지 않은 문화에서 지낸 여성들에게 하루 세 끼의 식사 준비를 그것도 본인은 어떤 맛인지 이해할 수도 없는 어머니의 손맛으로 기대하는 일은 참 어이없다.

실상 우리가 보여주는 모습도 강요하는 모습과 다르다. 한국어가 익숙해진 결혼이주 여성이 “다른 한국 친구들은 시장에서 송편을 사고 겨울철 김장도 온라인으로 주문하던데요”라고 털어놓는 모습을 보면 아차 싶을 때가 많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한 오해는 아닌지 매번 성찰하지만 그래도 부족한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외모가 똑같이 생긴 사람은 모두 한국 사람이고 다르게 생긴 사람은 모두 외국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 아이라도 부모 중 한 명이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이라면,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을 평생 만나야 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기준에 맞춰 판단하고 해석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

최근에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강조되면서 다른 문화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과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결혼과 동시에 그간 지녔던 정체성을 포기하고 새로운 생활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여성만의 과제일 수는 없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다문화’ 있는 다문화가족이 그리고 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다문화 사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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