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민우회, 2009〜2011년 성범죄 판결문 분석

이태우(가명)씨는 술을 마신 후 아내와 다투다 과도로 가슴과 어깨, 다리 등을 찌르고 과도로 위협해 강간했다. 이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선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 피해자가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낸 것도 감형 이유로 작용했다.

친고죄 폐지를 계기로 친족성폭력이나 부부강간죄에서 형사 합의를 양형에 반영할 때 가족관계라는 특수성과 합의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다른 가족으로부터 합의하라는 압박을 받아 합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2009〜2011년 성폭력범죄 판결문 69건을 분석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폭력 범죄 양형에 대한 의견서’를 전국 각 법원에 보냈다. 상담소는 “성범죄에 대한 강경 처벌 정책으로 법정 형량은 계속 올라갔지만 법정형이 높다는 게 실질적인 처벌을 가져오지 않아 양형기준안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상담소는 “사건 판례 28건 중 13건에서 양형 이유가 구체적으로 쓰여 있지 않았다”며 “가해자에 대한 온정주의 의혹이 짙다”고 지적했다. 또 상당수의 판례가 양형 감경·가중 요소를 나열한 후 “두루” “포괄적으로” “제반 사정 모두” 고려했다면서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아 판결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특히 피해자와의 합의를 감형 사유로 든 판례 11건을 분석한 결과 양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판결의 합당성을 평가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민우회는 “판사의 재량과 해석에만 맡기는 것은 부당하며 위험한 태도”라며 “형사합의와 관련된 양형기준을 객관화하고, 이를 판결문에 명시하는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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