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선거는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남성 후보보다 여성 후보가 더 많고,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것도 박근혜 후보다. 그동안 여성의 대표라는 이미지를 내세운 적이 없었던 그녀는 이번에 갑자기 ‘여성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여성 표를 공략하고 있다. 물론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여성들에게 성취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그녀가 살아왔던 삶과 정치적 입장이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삶 속에서 고통스럽게 싸워야 하는 것들과 너무도 동떨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선뜻 동의하기 힘든 것이다. 그런데 최근 박근혜 후보를 선덕여왕에 대비시키려는 논리까지 일부에서 보이고 있어, 한국 역사에서 여성으로서 최초로 정치적 지도자가 된 선덕여왕을 한번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선덕여왕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신라 왕실에 성골 남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능력보다는 성골이라는 출신 배경을 중시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재위 기간 중 끊임없이 국내외적으로 자질 시비에 휘말렸다. 고구려와 백제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에 머리를 숙여야 했으나, 당 태종은 신라의 위기가 여왕 때문이라고 하면서 당의 황족 남성을 보내 신라 왕으로 삼겠다는 말까지 했다. 한편 선덕여왕을 몰아내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던 비담이 내세운 명분 역시 “여자 군주는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훗날 삼국사기를 대표 집필한 김부식은 “신라는 여자를 세워 왕위에 있게 하였으니, 진실로 어지러운 세상의 일이다.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하겠다”며 혹평했다.

선덕여왕은 이러한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이 여성임을 지우려고 애썼다. 따라서 선덕여왕 정치의 역사는 여성이 정치를 했던 역사이기는 했지만, 여성정치의 역사는 아니었던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후보가 여성 대통령론을 내세우려면 그저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여성 친화적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해야 한다. 여성친화적 정치는  바로 포용과 소통, 그리고 힐링과 같은 가치를 실현하는 정치다. 이는 반드시 여성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남성이라도 그의 정치철학과 정책에 따라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따라서 박근혜 후보가 여성 대통령론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첫째,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과정에서 해온 반여성적 행적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 특히 스스로가 유신체제의 퍼스트레이디로서 한마음구국여성봉사단을 조직해 활동하면서 상명하복의 ‘충효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시대착오적 가부장제로 돌아갈 것을 지향했던 점에 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둘째, 어떤 이들을 통해 어떤 정책을 실현할 것인가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녀가 여성계와의 성평등정책 토론회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 성평등 정책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셋째, 그동안 반여성적 언행을 해 온 사람들을 주변에서 정리해야 한다. 박근혜 후보의 주변에는 그동안 성추문으로 사퇴했던 경험이 있거나, 이미 추문을 일으켜 놓고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사들이 많은데 이는 매우 반여성적 정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  

4년 전 미국의 여성들은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힐러리 클린턴이 아닌 최초의 흑인 출신 버락 오바마를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뽑았고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현재 한국의 여성 유권자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한 생물학적 여성 대통령론이 아니라 여성 친화적 정치를 해줄 수 있는 대통령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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