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컨설팅 보험 권유 주의해야
고정비용과 소비 줄이고 저축액 늘려

월 350만원 외벌이로 가정경제를 이끌고 있는 김모(36·수원)씨는 열심히 벌고 아껴 쓰는데도 돈이 모이지 않는 것에 답답해 재무설계사를 찾았다. 집을 사느라 짊어진 6500만원의 부채와 이에 따른 이자 약 40만원, 고정 보험비만 35만원에 생활비를 빼고 나면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은 고작 월 10만원이었다. 재무설계사와의 2~3회의 상담 이후 김씨는 필요없거나 혜택이 겹치는 보험을 정리해 보험비를 10만원으로 줄였고 저축을 70만원으로 늘릴 수 있었다. 

월급은 오르지 않고 살림이 빠듯해지며 재무설계사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우스푸어에, 특히 노후 불안까지 엄습하자 젊은층에서도 미리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장기 재무설계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됐다. 재무설계는 개인 또는 가정의 소비, 지출 패턴을 진단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필요한 소비를 늘려 똑똑한 소비를 하면서도 저축액을 늘려 목돈을 마련하게 돕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 소비자들이 찾는 재무설계사들은 기존에 많이 알려진 은행이나 증권사의 프라이비트뱅커(PB), 보험사의 파이낸셜플래너(FP), 파이낸셜컨설턴트(FC)와는 별개로 특정 상품을 발행하는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가정 재무설계를 돕는 회사들이다. 고액 자산가나 보험을 들기 위해서만 이용하던 재무설계사를 가정경제의 재설계를 위해 찾고 있는 것이다.

재무 상담은 2~3회에 걸쳐 회당 2~3시간의 상담을 받고 대략 15만원 선의 비용을 지불한다. 사무실로 찾아가지 않고 직장이나 집 근처에서 만날 경우에는 5만원의 추가 출장 비용이 있고 미혼인 경우에는 5만원 정도 싸게 이용할 수 있다. A 유료 재무설계사의 고영린 과장은 “예전에 비해 유료 재무설계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재무상담 자체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졌다”며 “유료로 상담을 진행할 경우 고객의 상담 참여 의지도 높고 결과도 더 좋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재무설계는 서민에게 더 추천된다. B 유료 재무설계사의 최용묵 가정경제멘토는 “가정경제 재무설계는 수입이 많아야만 한다는 의식이 있는데 가장 필요한 사람들은 중산층 이하의 서민”이라며 “가정경제가 어렵다는 생각에 더 불안해서 돈을 맘껏 쓰지도 못하면서 쓸데없는 고정비가 많아 돈도 못 모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기초생활 수급자의 경우 자치구 자활센터에서 계약을 해 재무설계 상담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독립 재무설계사는 자사에서 상품을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금융·보험 상품 연결 수수료에서 충당하고 있어 객관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특히 무료로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상품 수수료 의존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 결혼을 한 최모(31·대전)씨는 재테크에 관심이 없어 친구의 추천으로 무료 재무상담을 받았다가 보험 가입의 권유를 저버리지 못했다. 최씨는 “재무 상태를 진단해주고 목돈 마련 계획을 설정해 준 것은 도움이 됐지만 40여 만원 상당의 보험에 가입하게 된 것은 부담으로 남게 됐다”고 전했다.

기존에 가입했던 보험을 해약하고 재무설계사 쪽 보험을 권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재무설계사에게 자산 현황과 개인정보를 알려줄 수밖에 없어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도 있다. 최 가정경제 멘토는 “믿을 수 있는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며, 가급적 주민번호 뒷자리와 증권계좌 등의 번호는 지우고 보여주는 것이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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