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여성전용주택에 살고 싶어요”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앞에 올 초 준공된 54세대 규모의 여성전용 도시형생활주택은 ‘보안’을 특화해 화제를 모았다. 집 내부뿐 아니라 복도에도 비상벨이 있어 위급 시 누르면 5~10분 내에 사설 경비업체가 출동한다. 여성 혼자 있는 집에 남성 택배 기사가 배달을 올 때 느끼는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건물 자체에 무인택배시스템까지 갖췄다. 입구와 로비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만 5대에 달해, 외부 침입을 철저히 감시한다. 남성 보안요원조차도 관리실 직원과 동행해야 방에 들어갈 수 있는, 그야말로 ‘금남의 집’이다. 몇 달 전 이사 온 대학교 4학년 신모(26)씨도 “기숙사를 나오면 갈 수 있는 곳이 고시텔, 하숙, 오피스텔 정도인데, 안전문제 때문에 월세가 좀 더 비싸도 이곳을 택했다”며 “행정고시를 준비 중인 동생도  ‘고시촌에 사는 친구들은 골목이 어두워서 무섭다, 주변에 술집이 많아 취객 때문에 위협을 느낀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자신은 여건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신씨는 “친구들은 오히려 여자만 있는 게 알려지면 범죄의 타깃이 되는 것 아니냐고 한다. 건물의 위치도 주거단지가 아닌 상업지구에 있어, 밤 11시 이후에는 바깥 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근로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도 저렴한 임대료와 여성 전용이라는 장점 때문에 신청 후 최대 두세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그러나 세대당 2~3명의 서로 모르는 입주자가 함께 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보안이 취약하고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3년간 서울시 미혼여성임대아파트에 거주하다 최근 경기도의 또 다른 여성임대아파트로 옮긴 직장인 이모(27·경기도 성남시)씨는 “여럿이 함께 사니까 ‘집’이라기보다는 ‘기숙사’ 같은 느낌”이라며 “정 붙이고 안정된 생활을 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공동생활의 불편함도 크다. “소방문제 때문에 방문을 잠그지 못하는데, 서로 믿고 지내는 수밖에 없다. 공과금도 번거롭게 모아서 내야 하고, 출근 시간이 겹치면 화장실 사용도 문제가 된다. 청소나 설거지 문제로 사소한 갈등을 빚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아쉬움을 말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2015년까지 여대생과 여성 근로자들을 위한 ‘싱글여성 전용 소형 임대주택’ 2000호를 공급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여성 1인 가구 종합지원대책’을 9월 12일 발표했다. 또 낡은 공공청사 등을 여성 전용 임대주택으로 재건축하는 ‘싱글여성 전용 안심 임대주택’도 개발하기로 했다. 1~2층에 경찰 지구대 같은 공공기관이 입주하고 3층부터 여성들이 거주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늘면서 수요는 점차 커지고 있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안심 임대주택의 경우, 서울 구로구 천왕동에 80가구를 짓고 있으나 내년 말에나 완공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