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창당엔 즉답 피해…
‘선의의 경쟁’ 위해 박·문 두 후보에 만남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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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
19일, 안철수(사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드디어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서울 충정로 구세군 아트홀 기자회견장. 2층까지 꽉 메운 보도진의 열기 속에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등단한 안 후보는 연설 내내 ‘진심의 정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진심’의 구체적 방향이나 일정은 모호했고 정책 구상과 비전, 인력풀은 ‘선거 과정’으로 미뤄졌다. 대선 출마의 논리와 이유를 국민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납득시키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를 방증하듯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라는 고대하던 선언은 연설이 3분의 1쯤 진행된 시점에서야 나왔다.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배경으로 선 안 후보는 자신의 출마 결심 배경으로 30대 쌍둥이 엄마 등을 지칭하며 그가 만난 국민의 “정치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과 “이제 좀 정치를 다르게 해보자, 새롭게 출발해보자”는 열망을 꼽았다. 따라서 그의 연설 대부분은 정치개혁의 대의명분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의지에 할당됐다. 선거 과정에서부터 ‘다른’ 정치의 전형을 선보이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당장 다음 날이라도 만나 “국민들을 증인으로 선의의 정책 경쟁을 할 것을 약속”하자고 박근혜, 문재인 후보에게 제안했고, “흑색선전과 같은 낡은 정치는 하지 않겠”다며 포지티브 전략을 분명히 했다.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정치 경험 미숙과 조직을 갖추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선 “그만큼 빚진 것도 없다”는 강변 속에 “공직을 전리품으로 배분하는 일만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공정한 인사 원칙을 시사했다. 그가 선택한 조직 시스템은 이미 사회에 존재하는 “현명한 국민들과 많은 전문가들”. 향후 윤곽을 드러낼 조직의 범위가 상당히 열린 구조일 것임을 시사한다.

기자들의 질문은 좀 더 첨예한 현안, 야권 단일화에 대한 의지와 일정에 집중됐다. 그러나 안 후보는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져야 하고, 국민이 이에 동의해야만 한다는 전제 원칙 2가지를 반복해 강조하며 즉답을 피했다. 단, “‘승률’을 생각한 적이 없다”는 말로 기존 정치판의 구태나 야합은 되풀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시사평론가들은 이에 대해 “안 후보가 되풀이한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말은 기본적으론 단일화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대 교수직과 안랩 이사회 의장직을 당장 사임하고, 대통령에 당선되면 안랩에서의 그의 모든 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의학자, 경영자, 교수로 살아온 이제까지의 삶을 벗고 출마 선언 이후부터는 선거의 승패와 관계없이 “정치인으로 열심히 살겠다”고도 다짐했다.

‘안철수의 생각’에 표명된 정책관이 민주통합당과 흡사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근본적인 방법으론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점진적으로 바꾼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정책 면에서 민주통합당과 유사하거나 더 나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안 후보는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의 삶이 바뀐다”며 “변화의 열쇠는 바로 국민 여러분”이라고 출마 선언 끝머리를 장식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을  인용해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는 선언으로 자신이 미래 대안 세력임도 시사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변화와 미래의 실체가 아직은 모호하다. 이제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본 많은 국민에게 가능한 한 빨리 분명한 답을 보여줄 책무가 그에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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