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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요? 정말 친절하고, 영어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화이트 와인이 정말 맛있는 곳이에요.” 슬로베니아 블레드(Bled)에 사는 한국인 부부가 한 말이다. 이탈리아에서도 토스카나 지방의 아름다운 아레초(Arrezzo)에서 이사온 지 1년이 채 안 되었는데 이곳에 푹 빠져 산다고 했다. 아래초에서 소믈리에로 활약하던 부인도 이곳 와이트 와인에 빠져 살고 매일 아침 블레드 호수를 두 바퀴 뛴다. 수십 차례 방문해온 필자 역시 완전 공감한다.

동유럽에 위치한 아름다운 슬로베니아(Slovenia)는 동화 같은 설화가 담긴 성부터 중세도시와 아드리아 해안까지 매력적인 여행지로 가득하다. 인구 200만 명의 아주 작은 나라지만 2004년 5월 1일부로 유럽연합에 가입해 경제사회적으로 개방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과거 공산국가였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2000년 오스트리아 빈(Wien)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블레드를 담은 유채화를 봤을 때 ‘실제 저런 곳이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었다. 그러니 처음 블레드를 만났을 때의 감동을 표현한다는 것은 모독에 가까웠다. 알프스 동남쪽 끝 줄리안알프스가 품은 작은 호수는 꿈속의 보금자리다. 슬로베니아의 유일한 섬(島)이 있고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城)이 있다. 그리고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27홀 골프코스 클럽 블레드가 있다(유럽 100대 골프장 중 51위이지만 실제로 골프를 쳐본 사람들은 51은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만족도가 매우 높다).

블레드뿐만 아니라 슬로베니아를 상징하는 블레드성은 작은 호반의 도시를 매우 낭만적인 곳으로 만든다. 호수에서부터 130미터 수직 바위 절벽 위에 세워진 블레드성은 오래전 이 일대에 살았던 슬라브인들의 흔적을 설명하는 박물관이 되었다. 성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평화롭고 아늑한 휴식’ 이외의 표현은 사족이다. 의자에 앉은 채 호수와 산을 보면서 몸이 느끼는 대로 가만히 있는 것이 블레드를 품는 방법이다. 블레드섬에 있는 성당은 전설 속 소원의 종이 있어 많은 이들이 꼭 찾는 곳이다. 성주의 젊은 과부인 플록세나는 사재를 털어 만든 종을 성당에 매달려고 하지만 나룻배를 타고 가던 중  풍랑을 만나 종과 사공이 호수 바닥에 수장된다. 모든 것을 포기한 플록세나는 로마에 가서 수녀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들은 교황이 종을 달았는데 그때부터 소원의 종이 되었다. 소원이 있든 없든 블레드에 오면 누구든지 종을 쳐볼 생각으로 찾아가는 곳이 되었다.

팔뚝 굵고 잘생긴 사공이 노 젓는 나룻배(플레트나)가 블레드섬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여름에 이곳 주민들은 수영해서 가기도 하지만 말이다. 블레드섬의 성당은 주말에 슬로베니아의 신혼부부들이 결혼식을 올리는 장소로 이용하기도 한다. 하얀 면사포의 신부와 검은 정장의 신랑이 탄 배가 같이 섬으로 향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 블레드는 슬로베니아 사람들에게 내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사진기가 있다면 배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블레드성과 알프스가 중첩되는 경관은 꼭 담아야 한다.

소원의 종에 얽힌 전설은 이야기로만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매일 저녁이면 그 전설이 살아나서 다음날 동이 틀 때까지 재현이 된다. 날이 저물었을 때 블레드성 아래 암반에 비춰진 조명은 플록세나의 얼굴을 만든다. 금발의 젊은 여인의 얼굴부터 늙은 노파의 얼굴까지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나 이야기 해주지 않으면 사람의 얼굴인지 알 수 없다. 호숫가에 자리한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와인 한 잔 들이켜면서 얼굴을 감상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누구는 보인다고 하고 누구는 안 보인다고 하며 또 다른 누구는 엉뚱한 곳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블레드 호수에 대한 명성은 특히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그 중심 역할을 했던 곳이 빌라 블레드다. 유고슬라비아의 정치가인 티토의 별장이었던 이곳은 세계적인 명사들이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호수의 남쪽에 자리한 이곳은 현재 호텔로 사용되고 있으며, 호수 주변에서 블레드섬이 가장 가까이에 있다. 슬로베니아를 찾은 어지간한 유명 인사는 다 이곳을 방문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친필 사인도 확인할 수 있는데, 그가 1년에 한 번은 꼭 찾는 곳이라 한다. 매년 수많은 국제회의가 개최되고 여름엔 국제 조정경기 대회가 열리기도 하며 겨울엔 인근 산악 지역에서 동계 스포츠가 열리기도 한다. 가끔 호수가 꽁꽁 얼기 때문에 스케이트를 타기도 좋다.

호수 물의 일부는 치료 효과가 좋다는 25도의 차가운 온천수다. 운동선수들은 미지근한 온천수로 목욕해야 피로가 빨리 풀린다고 해서 인기가 높다. 호텔에서 바라다보는 경관이 기막힌 토플리체(Toplice) 호텔과 골프호텔, 파크호텔은 온천수를 풀장에 채워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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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Tip) 블레드에서 꼭 해볼 것

1. 도보 또는 호텔에서 자전거를 빌려 블레드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본다. 산책로가 발달돼 있어서 다니기 아주 쉽다. 걷기가 괴롭다면 길게 연결된 코끼리 차량으로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다. 블레드 호수 주변에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아 자전거로 이동하거나 걷다가 한 잔 할 수 있다.

2. 나룻배인 플레트나를 타고 블레드섬에서 소원의 종 치고 오기.

3. 블레드성 증여 문서 사오기.

4.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블레드성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즐기기.

5. 여유 있게 블레드에서 2박하는 여행 일정이면 환상적인 27홀 골프장에서 무제한 라운딩.(1937년에 왕이 만들어서 킹스 코스 18홀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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