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보는 유일한 춤

영화 ‘피나’에는 정작 피나 바우슈가 없다. 3년 전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 제작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녀는 오직 무대를 통해서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고자 해서 원래 자신의 공연을 비디오나 DVD로 내놓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대신 영화에는 피나 바우슈 예술세계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4편의 대표작 ‘봄의 제전’ ‘카페 뮐러’ ‘콘탁트호프’ ‘보름달’이 담겨 있다.

영화에는 피나 바우슈의 예술적 업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한마디도 들어가 있지 않다. 대신에 피나 바우슈가 평생을 가족같이 생활하며 함께 작품을 만들었던 독일의 탄츠테아터 부퍼탈 무용단원들은 영화 내내 번갈아가며 그녀에 대한 짤막한 증언을 쏟아낸다. 가장 가까이서 바우슈와 함께 생활한 이들의 증언은 훨씬 더 신뢰가 가고 감동적이다. 생전에 무용수들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무용수의 일상적 움직임과 언어까지도 작품에 반영했다는 바우슈의 작업방식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으로 유명한 빔 벤더슨 감독은 1985년 베니스를 방문했을 때 피나 바우슈의 전설적인 공연 ‘카페 뮐러’를 처음 접하고 작품을 구상해왔다고 알려진다. 춤을 영화로 재현할 방법을 고심하던 그에게 해법을 제시한 것이 바로 3D 영상 기술. 영화는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도 시도하지 못한 실사 100%의 3D 영상으로 근육의 미세한 떨림과 땀방울은 물론 무용수들의 감정까지 생생하게 잡아낸 역작이다.

빔 벤더슨 감독은 피나 바우슈의 예술세계를 3D로 재현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바위, 흙, 물, 심지어 빙하에 이르기까지 온갖 자연물을 무대 위에 올리는 과감한 시도를 했던 바우슈의 콘셉트를 확장해 탁 트인 대자연과 도시를 배경으로 댄서들의 춤을 촬영한 것이다. 거리, 채석장, 도로변, 기차역, 공장지대, 수영장 등 의외의 장소에서 마치 춤이 일상의 일부인 것처럼 춤추는 무용수들의 모습은 시각적 역동성을 배가시킨다.

영화는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의 최고 관심작이자, 독일에서 6개월 장기 상영이라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