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비결은 키치한 감성과 세련된 음악
가수 싸이(박재상·35)의 6집 ‘6甲(육갑)’의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이 말 그대로 ‘대세’다. 뮤직비디오가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지난 한 달간 가장 많이 본 동영상(8월 14일 현재 조회 수 2800만 돌파)으로 기록되는가 하면, 저스틴 비버를 키운 세계적인 제작자 스쿠터 브라운이 러브콜을 보냈다는 소식이다.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사실 가수 본인이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에서도 믿기 힘들 정도다. 지난 7월 15일 음원이 공개된 직후 차트 1위를 석권하자 싸이는 같은 소속사의 걸그룹 2NE1에게 “오빠도 너희가 사는 좋은 집에 하루이틀만 살아보자. 어차피 금방 내려오지 않겠냐”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루이틀이라던 열풍은 벌써 한 달 넘게 식을 줄을 모른다. 국내외에서 쏟아져 나온 패러디 영상만도 수천 개에 달해 해외 언론들이 90년대의 마카레나 열풍에 견주거나, ‘코리아 셔플댄스’라고 비유할 정도다.
“나는 사나이/ 낮에는 너만큼 따사로운 그런 사나이/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사나이/ 밤이 오면 심장이 터져버리는 사나이/ 그런 사나이.”
직설적이고 원색적인 가사다. 더구나 춤은 몸개그라고 생각될 만큼 웃기면서도 성행위를 연상시킬 만큼 선정적이다. 뮤직비디오 내용 중에서도 놀이터 모래 위에서 태닝을 즐기고, 회전목마를 타고 승마를 하는 척 하는 등 유치하지만 웃긴 콘셉트가 반복해 등장한다. 싸이 스스로 “나는 삼류다”라고 선언하면서 “초심의 양(양아치)스러움을 되찾겠다”고 말했던 것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문화지형에서 ‘B급’이란 주류에서 벗어난 하위 문화를 말한다. 고상한 주류 문화가 채울 수 없는, 대중의 가려운 구석을 긁어줘 마니아층으로부터 지지를 받는다. 록, 펑크, 힙합, 재즈 등도 지금은 주류 대중음악이지만 처음에는 B급으로 취급됐다.
이런 B급 문화의 키치(Kitsch·통속 취향에 영합하는 저속한 예술작품)함이야말로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는 비결이다. 생활고와 취업난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루저’라고 여기는 시대. 누가 이를 대변해주면 시원하고 후련한 감정이 드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지향하고 등장한 ‘무한도전’이나 ‘나 못 웃긴다’며 대놓고 자학 개그를 선보이는 정형돈 등 대중문화에서 꾸준히 사랑받았던 콘셉트다.
특히 ‘강남스타일’은 한국 사회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강남에 대한 도전과 저항, 전복의 의미도 담고 있다. ‘강남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특권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이 지역은, 싸이에 의해 우습고 하찮은 느낌까지 가지게 된다. 유치하고 천박한 기법으로 기성 예술의 엄숙주의를 야유하는 키치와 B급 문화의 전형이다.
그러나 음악적인 면에서는 허접하지 않다.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많은 가수들의 히트곡을 제조한 경력답게 싸이의 음악에는 기본기가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가사를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음정과 가사는 해외 열풍에 큰 몫을 했다. 음정은 반복적 후크송에 테크토닉(techtonik·단순하면서 반복되는 전자음이 가미된 강한 비트가 특징) 음율까지 결합해 트렌드와 부합한다. 또 “오빤 강남 스타일~” 하고 반복되는 후렴구는 일본에서는 “가슴이 건담 스타일”이라는 말로 들리고, 영어권에서는 “오픈 콘돔 스타일(open condom style)”이라는 가사로 들려 대중의 관심을 유발했다고 알려진다.
A급과 B급을 교묘하게 오가며 지금 시대의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정확히 짚어내는 싸이의 영민함이, 그가 미국과 유럽 등 음악 선진국으로 직접 진출했을 때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