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경자씨는 여성문학으로서 토지에 대해 “비판적 역사의식을 품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제국주의와 가부장제가 만든 권력과 폭력에 반대했고 이를 바탕으로 전통적이고 굴종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했다”고 평가하며 결정판 출간을 축하했다.
“교수들이 모여 여러 종류의 책들을 낭독하고 틀린 부분을 체크하며 어느 것이 맞는지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어머니가 수정한 부분, 수정하지 않은 부분도 다 어머니의 작품이라 어떤 표현을 따라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김 이사장은 “나는 달려들기도 많이 한 딸이었다. 토지를 읽고 문장과 내용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했는데 어머니에게 토지에 대해 칭찬을 한 일이 많지 않았다”며 “어떤 원고는 10번 이상 퇴고를 해 어지럼이 날 정도였다. 나에게 원고를 읽으라고 하신 것도 본인이 작품을 너무 고쳐 내용이 헷갈렸기 때문이다”고 했다. “돌아가시고 나서야 어머니가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김 이사장은 “한 인간으로, 작가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도 성실했다”고 박경리 선생을 회고했다.
김 이사장은 “아직 결정판을 완독하지 못했다. 한국문학의 자존심인 ‘토지’의 또 다른 오류는 없는지 다시 꼼꼼히 살펴볼 생각이다”며 토지에 대한 깊은 애정을 나타냈다.
김 이사장은 남편 김지하 시인에 대해 “김 시인은 (민청학련으로 7년간 옥살이를 한 뒤) 석방 후에도 오랜 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는 약을 끊었지만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그의 아내로서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괴로움의 시간들이 나를 성숙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바람이 있다면 민주화 과정에서 죽어간 무수한 생명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대의에 헌신하는 정치가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