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는 저에게 참으로 놀라운 곳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타인과 함께 살아보고, 생선을 손으로 손질하고, 거미줄을 치우고, 자전거를 마스터하고 수영을 배우고, 고스톱을 배우고, 운전을 하는 등 한국에서는 시도도 안 했던 일들을 도전하고 경험하게 되니 말입니다.

그 외에 예전과 달라진 저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요, 한국에 들어갈 때마다 부모님은 제게 옷을 사주시겠다고 노래를 하십니다만 그다지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옷, 구두, 신발에 아낌없이 투자했던, 봉사를 시작하기 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점입니다. 탄자니아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온 중고 상품 시장이 있는데요, 500원부터 5000원 가격대에서 훌륭한 옷들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누가 입던 옷은 입지 않았던 저인데 말입니다.    

한국에서 출근하던 매일 아침, 머리 하느라, 메이크업 하느라 1시간이 1초 같았는데, 이곳에서는 일어나서 세수하고 스킨, 로션, 선크림을 바르면 준비 끝. 때론 선크림도 생략하는 탓에 기미가 생기기도 합니다. 티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스니커즈를 신고, 백팩을 등에 메고 문을 나섭니다. 이렇게 하고 다녀도 현지인들은 비교적 얼굴이 하얀 저희들을 향해 예쁘다고, 매일 같이 말해주니 세뇌의 효과로 인해 자존감은 무한 상승합니다.

한국에서는 일을 마친 후, 귀갓길에 친구들과 만나 저녁식사를 하고 차를 마실 때,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순간에도 제 마음과 생각은 집에 가서 처리해야 할 업무 및 다음 날 일정들을 정리하느라 마음 한구석이 바쁘고 불안한 탓에 친구들과의 시간을 100% 즐기지 못했던 때가 있습니다. 이곳 식당에서는 식사를 주문하면 음식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최소 시간이 1시간. 이젠 너무 당연한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가족과 같은 동료들,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대화를 즐기면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합니다.  

이처럼 이곳 생활을 하다 보면 소박해지고 단순해지고 느려지기도 합니다. 그 결과 한국에서의 세련됨은 사라지고 촌스러움을 몸에 익히게 됐습니다. 그래도 전 좋습니다. 예전보다 더 큰 ‘자유’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에 대해 ‘왜?’라고 질문을 하며 답을 찾다 보니 환경에 휘둘리는 일이 줄고 제 생각과 의지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연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여겼던 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도 생기고 말이죠.

아침에 일어나 식탁에 앉으니 엄마가 따뜻한 국과 밥, 반찬을 차려주십니다. 그리고 저의 옷들을 세탁해서 가지런히 접어주시기까지 하시죠. 그런 엄마에게 저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산테(고마워요)’합니다. ‘아차! 지금 한국이지’라고 생각하며 ‘고마워요’라고 한국말로 바꾸어 엄마에게 다시 말합니다. 순간, 저를 빤~히 쳐다보시던 엄마. 예전에는 이 모든 것들을 당연하다고 여기다 못해 때론 툴툴대던 철없던 저였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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