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가 되면 정치인은 늘 유권자에게 무언가를 하겠노라 공약을 내놓고, 살림살이를 맡은 정부도 끊임없이 시민을 위해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고 시행하겠다고 발표한다. 시민들은 “이번에는 정말 무언가 달라질까” 하는 기대를 갖지만, 어떤 것은 말로만 끝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종이 위의 정책으로는 그럴듯해도 실제 시민들의 일상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공약이나 정책이 제대로 실행될지 여부를 판단해 볼 수 있는 가늠자 중 하나가 바로 적절한 예산이 확보됐는가다. 행정을 좀 안다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정책=예산’이라 말한다. 여성들도 정부 정책 전반에 성평등한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 ‘성인지 예산’을 강조하고 있고, 내년 예산안부터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성인지예산서 및 결산서를 작성, 제출해야 한다.

현재 16개 광역지자체와 228곳의 기초단체가 집행하는 한 해 예산은 2011년 기준으로 어림잡아 140조원(순계기준)이 넘는다. 중앙정부 살림살이에 비해 지방자치단체를 덜 중요시하는 오해도 있지만, 재정 사용액 기준으로 보면 중앙정부가 집행하는 예산보다 오히려 지자체 집행 예산이 더 많다. 예산 규모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 지방재정이 특히 중요한 점은 바로 시민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지자체 예산 편성은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의 독점적 권한이었는데 참여예산제 도입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참여의 개방성’ ‘권한 부여’ ‘투명성 확보’를 열쇠말로 지역회의, 총회,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등을 통해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해 주민의 복리 증진과 지역 공동체 형성, 주민 참여의 보장, 재정자치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 1989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시에서 시작된 이후 관심이 확산되면서 유엔과 세계은행으로부터 예산과 행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가장 혁신적인 방법의 하나로 극찬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지방예산 편성 과정의 주민참여가 의무화됐고, 이를 근거로 관련 주민참여예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해 10·26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공약으로 내걸면서 지난 5월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조례’가 마련됐다.

주민참여예산은 단지 참여를 통한 예산의 투명성, 효율성 제고에 그치지 않고 참여예산 과정을 통해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려는 주민들의 몫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성들이 지역에서 일궈내고자 하는 생활정치와 바로 맞닿아 있다. 성평등한 생활정치의 과정으로서 주민참여예산에 여성 참여를 활성화하고, 성인지적 관점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공무원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는 성인지예산제 역시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다양한 주체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젠더 거버넌스의 기본 틀이 마련돼야 하고, 바로 이 지점에서 주민참여예산과도 서로 힘이 되는 방식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추첨을 통해 주민참여예산위원을 선정한 서울시는 오는 15일까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새롭게 제안할 사업을 공모 중이다. 지역 여성들이 참여를 통해 자신의 의견이 지역 살림에 실제 반영되는 것을 체험하고, 개인의 이해가 지역사회 내의 토론을 통해 공적 이해로 수렴·조정되는 과정을 공유하며 아래로부터 세상을 바꾸는 여성의 힘이 뿌리 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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