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60% “한류 4년 내 종식” 예상
스토리 시장 활성화로 콘텐츠 경쟁력 강화해야
2000년대 중후반까지 드라마 위주의 영상물이 한류 현상의 근원지였다면 최근의 신한류 현상은 아이돌그룹의 음악으로 대표되는 K-Pop(팝)을 중심으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 가수와 노래는 아시아를 넘어 음악의 심장부로 불리는 미국과 유럽까지 파고 들었고, 드라마와 영화는 마니아층에서 벗어나 세계 곳곳의 대중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는 의학과 교육, 패션 분야에서도 한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의 세계적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도 “상품과 문화를 동시에 수출한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몇 개국밖에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런 한류 열풍이 과포장에 의한 착시현상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우선 정부의 문화 분야 예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데다 문화 콘텐츠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 비중의 1%도 안 되는 등 산업 환경이 열악하다. 여기에 세계 곳곳에서 반한류 기세도 감지되고 있다.
혐한류보다 더 큰 문제는 반짝 한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1년 업종별 문화 콘텐츠 수출 비중을 보면 게임의 비중이 53.2%에 이르고, 한류를 끌고 가는 쌍두마차로 여겨지는 방송과 음악의 매출 비중은 각각 6.6%와 4.3%에 불과하다. 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한류 지속 기간을 묻는 질문에 “4년 이내”라는 답이 60%, “이미 끝났다”는 응답도 11%에 달한다.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로는 획일화된 콘텐츠와 지나친 상업성이 1,2위로 꼽혀 향후 다양한 콘텐츠 육성 및 쌍방향 문화교류 등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그동안 한류가 양적 성장에 주목했다면 한류 재도약을 위해서는 질적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다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전에 힘입어 한류의 관심 인구 소재지가 아시아에서 남미와 유럽으로까지 확장됐다는 것은 희망적인 부분이다. 한류의 수용 확산 경로가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로 전이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SNS를 통해 전파되는 주요 콘텐츠인 K팝과 뮤직비디오는 드라마와 달리 언어와 문화적 정서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이점도 지닌다.
콘텐츠 경쟁력 강화의 핵심은 스토리 시장의 활성화다. 업계에 자금이 부족하면 좋은 스토리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작품이 만들어질 수 없으므로 풍부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비즈니스 일변도의 진출은 반감을 낳을 수 있으므로 직접적인 해외 진출을 늘리는 등 다른 문화권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문화 교류를 계속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글로벌한 세상을 사는 오늘 지구마을의 문화적 관계망은 상생의 문화 주고받기를 해야만 한다”며 “문화의 쌍방 소통만이 우리 문화 토양에서 자라난 한류라는 나무가 계속해서 세계를 향해 가지를 뻗을 수 있게 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