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영화도 발랄할 수 있다”
‘소년, 소년을 만나다’ ‘친구사이?’ 등으로 동성애를 소재로 한 단편 퀴어영화를 선보여온 김조광수(47·사진) 감독이 로맨틱 코미디 ‘두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두결한장)’이라는 첫 장편영화를 내놨다. 2006년 커밍아웃한 감독 자신과 주변 친구들의 소소한 일상과 행복을 고스란히 담았다.
영화에는 결혼 적령기의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 대신 위장 결혼을 선택한다는 엉뚱한 설정과 현실적인 고민이 함께 담겨 있다. 참신한 기획과 톡톡 튀는 설정으로 이미 제작에도 들어가기 전인 2010년 시놉시스만으로 제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극영화 관객인기상과 아트레온상을 수상한 바 있다.
“사실은 영화 개봉과 함께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작년에 결혼 발표를 했는데, 파트너의 부모님이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하셔서 그분들의 동의를 얻고 행복한 결혼식을 맞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지만 현실에서도 결혼하는 동성애 커플이 분명 존재한다. 해피 엔딩이지만 결코 비현실적이지는 않다.”
“영화에서 동성애자들이 사랑에 빠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더라.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도 배우들이 그 부분을 잘 이해 못해 설명하고 설득해야만 했다. 이성애자들은 평상시 짝을 찾을 수 있지만, 동성애자들은 게이 바 등 업소나 게이 커뮤니티를 이용해야 한다. 외모로 누군가 마음에 들면 불꽃이 튄다. 게이들이 일반인과 다른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니 이성애자 캐릭터를 지닌 게이들의 이야기를 만들기보다는 ‘우린 당신들과 다르다. 사랑하는 방식이나 삶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김조광수 감독은 사실 충무로에서 제작자로 더 유명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의뢰인’을 연이어 흥행시켰다. 이런 관록 때문일까. 김조 감독은 이제훈(친구사이?), 김남길(후회하지 않아), 유아인(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등을 발굴한 ‘스타 제조기’로도 유명하다. 이번 영화에서도 꽃미남 배우 김동윤과 뮤지컬 스타 송용진, 개성파 배우 류현경, 도회적 매력의 정애연 등 존재감 있는 젊은 배우들이 빛을 발한다.
그는 “동성애 영화라 톱스타가 줄줄이 캐스팅을 거절해 어려움도 있었다”면서 “가끔 게이 영화에 왜 게이 배우를 출연시키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나는 앞으로도 이성애자들과 작업을 같이할 예정이다. 일단 커밍아웃한 배우가 거의 없고, 젊은 이성애자 배우들과 작업하면 그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해 잘 알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