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 일으켜
시청각장애를 가진 영찬씨와 척추장애를 지닌 순호씨 부부의 일상을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하게 다룬 ‘달팽이의 별’은 저예산 다큐영화로서는 드물게 1만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 실적을 거뒀다. 아시아 영화 최초로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최초로 시각장애 아동들에 대한 밝고 유쾌한 모습을 드러낸 휴먼공감다큐멘터리 ‘안녕, 하세요’도 개봉 10여 일 만에 1300명 이상(3일 현재)의 관객 몰이를 하며 선전 중이다.
이전에도 장애인을 소재로 하거나 등장인물로 내세운 영화는 드물게나마 있었다. 장애인 영화의 물꼬를 튼 것은 2002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다. 배우 문소리씨가 뇌성마비 여성 장애인 역을 맡아 열연한 이 작품은 당시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을 받을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후 장애인 마라토너 엄기봉씨의 실화를 영화화한 ‘맨발의 기봉이’(권수경 감독·2005)와 장애인 마라토너를 소재로 한 ‘말아톤’(정윤철 감독·2006)이 각각 관객 240만, 500만의 흥행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그러나 이 영화들은 장애인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보다는 각 영화에서 장애인 역을 맡았던 배우 문소리, 신현준, 조승우의 뛰어난 연기력에 이목이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반해 최근의 장애인 영화는 단순히 작품 수의 증가뿐 아니라, 작품에서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고 장애인을 묘사하는 방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데 의미를 갖는다. 이전에는 장애인이라는 ‘낯선’ 존재의 형상을 재현하는 데 치중했다면, 최근에는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비주류 계급으로 몰린 이들의 현실을 날카롭게 표현한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장애인 시설의 성폭력을 다룬 ‘도가니’와 ‘숨’이 나란히 개봉하면서 장애여성의 성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두 영화가 여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사건을 고발하고 있다는 점은 같지만 접근법과 의미는 상당히 다르다. ‘도가니’는 사건을 고발하고 진실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심정을 조명하며 선악구도를 분명히 한 데 반해 ‘숨’은 장애여성의 시선과 눈높이로 사건을 보여줘 장애여성이 성적 욕망과 행위의 주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방귀희 장애인문화진흥회 회장은 “영화에서 장애인을 자주 본다면 장애를 이해하고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 한결 자연스러워질 것”이라며 “다만 배우들은 장애인 배역을 소화하는 일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도 줘야 하지만, 장애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제거하고 제대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