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페이스북에 들어갔더니 반가운 이름이 안부 인사를 한다. 중학 3학년을 마치고 국내 고등학교 진학 대신 필리핀으로 간 경호(가명)다. 공부를 잘했지만 자율형 사립고에 원서를 내서 떨어지고 나서 자율형 공립고에 진학을 원했지만 가지 못했다. 경호 부모님은 결국 외국 학교 진학을 택하셨다. 전에 근무했던 학교에서 경호의 3학년 담임을 맡았다가 학교를 옮기고 나서 어머니가 추천서를 써 달라고 찾아오셨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어느덧 경호 역시 고3으로 대학입시 전쟁터의 전사(?)가 돼 있었을 것이다. 외국의 교육 시스템에 적응해 자기 능력을 발휘해서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랄 뿐이다.

창식(가명)이는 중학 3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반에서 성적이 중간 정도인 창식이가 한국에서 고등학교에 갈 경우 상위권 대학 진학이 어렵겠다는 것이 창식이 부모님의 생각이었다. 친척들이 있는 미국에서 어학연수 코스를 다니고 나서 고교와 대학 진학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창식이는 한국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창식이도 지금쯤 원하던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부지런히 원서를 쓰고 면접을 다닐 때가 되었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창식이가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서 꼭 성공적인 유학 생활을 하기를 기원해 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0학년도 초중고 유학생 출국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학년도 조기 유학생 수는 총 1만8741명이었다. 정부 차원에서는 매년 5조억원에 달하는 조기유학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학교를 세운다. 외국인학교에 내국인 비율을 높인다는 식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매년 수천만원에 달하는 학비가 드는 이러한 학교들이 대안이 되긴 어려울 것이다.

조기 유학을 떠나는 학생과 부모들은 어떤 이유에서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될까. 개인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더 나은 학벌을 갖춰 처절한 취업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실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조기 유학이 본격화된 지 10년이 넘어가면서 유학을 떠난 나라에서 취업에 성공한 경우가 드물고 한국에 되돌아온 학생들이 또 다른 어려움을 겪는 일도 적지 않다.

페이스북에서 경호는 밝게 웃고 있지만, 그 아이의 선택이 우리 사회와 교육 현실의 산물이라는 생각에 왠지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다. 이제는 조기 유학 10년에 대한 종합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이 보고서에는 조기 유학 실태와 상급 학교 진학, 국내 복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담아 학생과 학부모가 신중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조기 유학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인 지나친 학벌·학력주의를 해소하고 학력과 업종 간에 지나친 사회경제적 차별이 나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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